(조선일보 2018.11.05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뉴욕시의 높은 빌딩에 둘러싸인 센트럴파크에도 가을빛이 완연하다.
갖가지 색으로 물든 나무들이 어우러진 드넓은 공원은 목가적인 조경 디자인 덕분에 쾌적하고,
볼거리도 많아 시민은 물론 방문객들이 즐겨 찾는다.
맨해튼 섬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이 공원의 면적은 3.41㎢(약 100만 평)로 여의도공원의 15배나 된다.
이 공원은 뉴욕시의 인구가 50만명으로 늘어난 1850년대에 시민들의 휴식처가 될 도심 공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조성됐다. 59번가와 106번가 사이의 미개발지를 500만달러에 사들인 시 당국은 1857년 공원 디자인 공모를 실시했다.
뉴욕 센트럴파크, 폭 0.8㎞, 길이 4㎞, 디자인: 1857년.
당선작은 조경디자이너 프레드릭 옴스테드(Fredrick Olmstead)와 건축가 칼베르트 바우스(Calvert Vaux)가 출품한 '
푸른 초원 계획(Greensward plan)'이었다. '시골처럼 소박하고 평화로운 풍경의 조성'이라는 디자인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1858년부터 15년 동안 약 2조원을 투입했다. 1400종류의 나무 50만그루를 심어 숲과 호수를 조성했으며,
길을 잃지 않게 가로등마다 네 자리 숫자가 적혀 있다. 앞의 두 자리 숫자는 도로 번호, 뒤는 몇 번째 가로등인지를
나타내어 쉽게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조성 과정에서는 물론 완공 후에도 세력가들이 공원을 잠식하려는 압력이 거셌다.
하지만 공원이 단 한 치도 줄어들지 않은 것은 시민들의 강력한 지지 덕분이다.
특히 집회와 시위 등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1980년부터 비영리단체인 '센트럴파크 관리위원회'가 공원 관리를 맡고 있다.
한 해 약 3750만명이 방문하는 이 공원이 뉴욕의 허파로 시민들의 휴식과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된 데는
그만한 노력이 있었다. 서울 용산공원의 조성에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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