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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현대회화 100선] [왜 名畵인가] [1] 박수근의 '빨래터'

바람아님 2013. 11. 27. 09:43

(출처-조선일보 2013.11.07 최은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1팀장 )


졸졸, 두런, 탁탁… 소리가 들리는 30㎝짜리 그림

엽서 세 장을 이어 붙인 크기에 불과한 3호짜리 이 작은 그림이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야겠다. 박수근(朴壽根·1914~1965)은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 양구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다. 형편이 어려워 미군 부대에서 그림을 그려 생계를 유지했다.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먼 이 화가는 그의 성품처럼 소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풍경을 즐겨 그렸다. 길거리나 시장뿐만 아니라 빨래터도 그의 작품의 좋은 소재가 됐다.


박수근의 1954년작 ‘빨래터’. 가로 31㎝, 세로 15㎝의 작은 그림이다

박수근의 1954년작 ‘빨래터’. 가로 31㎝, 세로 15㎝의 작은 그림이다. /개인 소장

박수근의 빨래터 그림은 40호, 20호 등 두세 점 정도가 더 있는데, 이 작품은 몇년 전 위작 시비가 일었던 작품과는 여러 면에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우선 풍경 속에 인물을 배치한 탄탄한 구성력이 돋보이는데 특히 맨 왼쪽의 여인을 반쯤 일어선 자세로 그려 넣어 화면에 활기를 주고 있다. 그 밖에 마치 파스텔화 같은 색감도 온후하며 화강석 같은 질감 표현도 어찌나 옹골진지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저절로 끌어당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의 특별한 장점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아주 작은 그림 속에서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박수근의 화가로서의 능력일 것이다. 옹기종기 모여 빨래를 하는 아낙네들 사이로 개울물 흐르는 소리, 옷감 비비는 소리가 스며들고 아낙네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다정한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이 작품의 진가를 일찍이 알아차린 사람이 있었다. 1960~197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공예가이자 판화가로 당대 최고의 감식안으로 평가받던 유강렬(劉康烈·1920~1976)이다. 이 작품은 그가 유난히 좋아하고 아끼던 애장품이었다.




[작품 보려면]
▲내년 3월 30일까지, 월요일은 휴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관람료 성인 6000원(덕수궁 입장료 1000원 포함), 초·중·고생 3000원, 부모 동반 초등학생 11월 29일까지 무료 www.koreanpainting.kr (02)318-5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