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99] 눈부시구나, 우윳빛 살결의 당당한 저 엄마

바람아님 2013. 11. 25. 18:53

(출처-조선일보 2013.03.11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권좌에 앉아 온통 빨갛고 파란 색깔의 아기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프랑스 화가 장 푸케(Jean Fouquet·1420~1481)의 작품이다. 푸케는 15세기 중반 프랑스 화가로서는 최초로 이탈리아를 방문해 초기 르네상스 미술을 경험한 후 세밀한 채식필사본이 발달했던 프랑스의 전통에 르네상스의 혁신을 결합했다.


이 그림은 당시 프랑스의 왕 샤를 7세의 재무상이었던 에티엔느 슈발리에가 주문한 것으로 원래는 왼쪽에 성모자를 향해 기도하는 슈발리에의 초상화가 붙어 있는 두 폭짜리 제단화였다. 아기 예수는 신의 관용을 비는 그에게 응답하듯이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킨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주인공은 예수가 아니라 성모 마리아다. 눈부시게 흰 피부의 성모는 알이 굵은 진주와 온갖 보석을 박아 넣은 왕관을 쓰고 흰 모피를 어깨에 두른 채 황금빛 권좌에 앉아 풍만한 가슴을 당당하게 드러냈다. 성스럽기보다는 관능적인 이 성모상의 모델은 샤를 7세가 애지중지하던 후궁, 아녜스 소렐이다. 이 그림은 그녀가 요절(夭折)한 직후에 그려졌다.

원래 중세의 성화에서 성모 마리아는 이 그림에서처럼 보관(寶冠)을 쓰고 권좌에 앉은 ‘천상(天上)의 여왕’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14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부터 수수한 옷을 입고 바닥에 앉아 아기 예수에게 젖을 먹이는 성모상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장엄한 ‘성인(聖人)’에서 소박하고 겸손한 ‘엄마’로 변화한 셈이다. 푸케는 화려한 ‘천상의 여왕’이면서 동시에 ‘겸손한 엄마’인 성모를 보여준다. 물론 완벽한 몸매와 피부를 유지하며 금은보화에 둘러싸여 수유(授乳)하는 상황은 ‘성인’만이 일으킬 수 있는 기적에 가깝다.


<장 푸케-궨천사들에게 둘러싸인 성모자(聖母子)>

1450년무렵, 목판에 템페라, 93×85㎝, 벨기에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 소장


<참고 : 월전 장우성_한국의성모자상,1954년>

문의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031)637-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