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2.10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고속열차의 속도 경쟁이 치열하다. 2007년 4월 프랑스 테제베가 최고 시속 574.8㎞를 기록한 데 이어,
중국의 국영 철도장비 제조회사 난처(南車)는 2014년 1월 605㎞로 달리는 초고속열차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신칸센은 2015년 4월 시험운행에서 603㎞를 달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속열차의 운행 시간에는 빠른 속도 못지않게 중간 정차역의 영향이 크다.
역으로 서서히 접근하여 완전히 정차했다가 재출발하여 최고 속도에 도달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운행 시간의 단축만을 위해서라면 서지 않는 게 좋겠지만,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정차 역이 필요하다.
무빙플랫폼(Moving Platform) 투시도, 위: 두열차의 도킹, 아래: 승하차 통로, 디자인: 2011년.
영국의 운송 기관 디자인회사 프리스트먼 구지(Priestman Goodge)는 그런 문제의 해결에 나서 2011년
'무빙 플랫폼'이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제안했다. 고속열차가 승객의 환승 등을 위해 도시 근처에서 속도를 줄이면,
움직이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보조열차가 나란히 달리며 도킹(Docking) 장치로 서로 연결된다.
널찍하고 안전한 통로를 통해 승객들이 옮겨 타고 나면 도킹이 해제되어,
고속열차는 다시 초고속으로 달리고 보조열차는 도심까지 운행한다.
대륙 횡단 등 장거리 초고속열차 시스템을 위해 제안된 무빙 플랫폼은 19세기의 증기기관차를 위한
'고정된 역'을 21세기형 '움직이는 역'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도시의 외곽을 지나는 초고속철도와 승객을 도심으로 실어 나르는 지역 교통수단을 연계하는
네트워크의 조성 필요성에는 쉽게 공감이 간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기반 시설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재원의 확보가 선결 과제다.
'文學,藝術 > 디자인·건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99] 호수에 둥둥 뜬 크리스마스 트리 (0) | 2018.12.24 |
---|---|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98] 화재 때 생명을 구하는 스티커 (0) | 2018.12.17 |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96] 갈수록 간결해지는 스타벅스 로고 (0) | 2018.12.03 |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95] '나비넥타이'를 닮은 공연장 (0) | 2018.11.26 |
[아무튼, 주말] 이 건물들이 서울 풍경을 바꾸고 있다 (0) | 2018.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