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2.24 정경원 세종대학교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리우 수상 크리스마스트리(Floating Christmas Tree), 위: 전경,
아래: 네 가지 빛, 2014년.
드넓은 호수 위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떠 있으면 어떨까?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는 높이가 85m나 되어 기네스북에 등재된 수상 트리로
유명하다. 1996년 남미 최대의 금융그룹인 브라데스코 재단은 담수호인
'로드리고 데 프레이타스(Rodrigo de Freitas)'에 물 위에 뜨는 철골 구조물
(무게 542t)을 세웠다. 덕분에 11월 마지막 토요일 밤 8시마다
그해의 주제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된 트리가 점등됐다.
2014년 디자인 총감독 아벨 모메스는 '크리스마스 빛'을 주제로 네 가지 빛
(은은한 별빛, 강렬한 햇빛, 차분한 달빛, 온화한 성탄 빛)이 번갈아 켜지는
트리를 디자인했다. 다채로운 조명 효과를 위해 마이크로 전구 310만 개,
스트로브 2150개, LED 반사기 100개가 설치됐다.
점등식은 브라데스코 재단 합창단과 바라만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
가수와 배우들의 공연 등이 이어져서 대중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트리 내부에서는 물론 호수 곳곳에서 터지는 폭죽들이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런데 2015년 여름에 불어닥친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인해 구조물이 꺾여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최 측은 황급히 반쪽짜리 트리(높이 53m)를 만들어 임시변통을 했다. 2016년에는 하계 올림픽의 조정·카누 경기가
호수에서 열리는 바람에 구조물의 기초마저 철거되었다.
그런데 경기를 마친 후, 복구 비용을 댈 스폰서가 없어 수상 트리는 다시 세워지지 못하고 있다.
리우 카니발, 헤베이용(제야의 밤 행사)과 함께 브라질의 3대 볼거리로 꼽히던 수상 크리스마스트리를
다시 볼 수 있게 될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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