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98] 화재 때 생명을 구하는 스티커

바람아님 2018. 12. 17. 10:30

(조선일보 2018.12.17 정경원 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유리창에 웬 스티커지?

도쿄 등 일본 도시에서는 고층 건물 유리창에 빨간색 역삼각형 스티커들이 부착된 것을 볼 수 있다.


일본의 인명 구조용 유리창 스티커, 실내에서 접착, 표준 단가: 3600원.


건물의 양쪽 끝에 있는 창문마다 세로로 하나씩 붙은 스티커들은 화재가

일어났을 때 소방관들이 건물 내부로 진입하고 사람들을 밖으로 대피시키기

위한 통로라는 표시다.

일본 건축소방법은 화재나 지진 등에 대비하여 5층 이상 건물의 3층부터

31m 높이까지 안팎에서 잘 보이는 장소에 구조용 유리창을 설치하고

스티커로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층 빌딩의 유리창은 일반 유리보다

3~5배 강도가 높은 강화 유리나 격자 모양의 철망으로 보강된 유리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쉽게 깨지지 않아 유사시 인명 구조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일반 유리로 구조용 유리창을 별도로 설치해서 화재 때 쉽게 깨뜨리고

탈출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구조용 유리창은 비상시 사람이 드나들 수 있도록 폭 75㎝, 높이 120㎝ 이상

되어야 한다. 한 변이 20㎝인 아크릴 판으로 제작한 스티커는 유리창의

아랫단에서 80㎝ 이내의 위치에 부착해야 한다. 건물의 외부로 드러나는 면은

주목도가 높은 빨간색으로 마감되어 먼 데서도 눈에 잘 띈다.


실내에서 보이는 면에는 흰색 바탕에 빨간색으로 '소방대 진입구'라는

글씨와 도쿄 소방청의 휘장을 표시했다.

이 스티커가 붙은 창문 밑에는 책장이나 책상 등 탈출에 방해되는 가구를 두면 안 되고, 물건을 쌓아 두는 것도 금지돼 있다.

이런 사회적 약속과 대비를 잘 지키는 덕분에 '재난 대국'이라 불릴 만큼 지진에 따른 화재가 빈번한 일본에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