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205] 갈기가 없는 수사자

바람아님 2019. 2. 3. 17:36

(조선일보 2019.02.03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카카오 프렌즈의 라이언 캐릭터와 응용 사례, 디자인: 2016년.카카오 프렌즈의 라이언 캐릭터와 응용 사례,

디자인: 2016년.


사자야? 곰이야?

토종 캐릭터 카카오 프렌즈의 멤버인

'라이언(Ryan)'을 볼 적마다 드는 궁금증이다.

'Lion'과 발음이 같은 남자 이름을 가진

수사자이지만, 가끔은 '곰'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흰 점이 있는 갈색 몸에 둥근 얼굴,

가는 일자 눈썹과 작은 눈,

표정 없는 하얀 코를 가진 데다 특히 갈기가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 프렌즈는 2012년 11월에 등장한 7개의

이모티콘 세트다.

잡종견 '프로도', 가발 쓴 고양이 '네로',

암수 동체 복숭아 '어피치',

향수병 걸린 두더지 '제이지' 등

콤플렉스가 심해 서로 분란이 끊이지 않아

푸근한 리더가 필요했다.

윤영진 크리에이티브 파트장이 이끄는

디자인팀은 기존 캐릭터들을 묵묵히 돌보는

푸근한 맏형 같은 캐릭터 개발에 나섰다.


2016년 1월에 선보인 라이언 캐릭터는

원래 아프리카 둥둥섬의 왕위 계승자로

태어난 수사자이지만 자유로운 삶을 찾아

탈출한 망명자로 설정됐다.

입이 없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자상하게 친구들을 챙겨주는 이미지다.

요즘 유행어로 '츤데레(겉으론 무심해 보여도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 같다고 할까.

라이언은 고향에서부터 쫓아온 보디가드에게

들킬까봐 늘 긴장 속에 살면서도 친구들을 성심껏 돌봐주어 '라 상무'란 별명도 얻었다.


라이언은 성별 구분이 모호한 데다 섬세한 감성을 지녀 여성들도 선호한다.

이 때문에 온라인은 물론 쿠션과 인형, 파우치 등 오프라인에서도 인기가 높다.

2017년 카카오 프렌즈가 국내에서 가장 선호하는 캐릭터로 선정되는 데 기여한 공로로 '라 전무'로 승진했다.

라이언의 높은 인기는 각자도생해야만 하는 각박한 세태에서도 남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기대가 크다는 걸

반영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