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2.18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세상에 이렇게 비뚤비뚤한 건물이 다 있네."
'발트해의 진주'라 불리는 아름다운 폴란드 북부의 휴양도시 '소포트(Sopot)'의 도심에 있는 한 건물의 첫인상이다.
'크시비 도메크'라는 건물인데, 폴란드어로 '뒤틀어진 작은 집'이라는 의미다.
건물의 배치나 높이 등은 모두 관련 규정을 지켰으나, 외관은 일반 건물들과 확연히 달라서 눈길을 끈다.
폴란드 소포트의 크시비 도메크(Krzywy Domek), 2004년.
2000년대 초 부동산 개발업체인 '레지던트 S. A.'는 독특한 외관으로 주목받을 만한 건물의 신축을
'슈틴쉬 잘레브스키 건축회사'에 맡겼다.
잘레브스키는 그 지역에 사는 스웨덴 출신 작가 퍼 달버그가 펴낸 동화에 등장하는 비뚤어진 집을 보고 동
심(童心)의 세계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건물의 모습을 생각해냈다.
4000㎡(1218평) 부지 위에 세워진 3층 건물의 외관은 역동적이다.
석회암 외벽, 널따란 유리창, 지붕 등이 모두 구불대는 곡선이라 마치 물에 비쳐 흔들리거나 비틀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색채는 튀지 않는 파스텔 톤이라서 주변의 건물들과 조화를 이룬다.
차분한 분위기의 건물 내부에는 음식점, 서점, 아웃렛, 치과, 사무실 등이 입주해 있다.
2004년 개관한 이 건물은 인구 4만명의 소도시 스포트뿐만 아니라 폴란드의 관광 명소가 되었다.
온갖 상상을 하게 하는 독특한 모습을 보려고 수많은 관광객이 소문을 따라 몰려온다.
2013년 CNN은 이 건물을 "유럽에서 가장 기이한 건물 11개' 중 하나로 선정했다.
건물은 반드시 수직과 수평을 맞춰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천진난만한 동화에서 영감을 받아
생각의 전환을 이룬 성과다.
폴란드 소포트의 크시비 도메크(Krzywy Domek)의 내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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