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208] 공감으로 호응받는 도시 슬로건

바람아님 2019. 2. 25. 12:49

(조선일보 2019.02.25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독일 베를린의 슬로건 로고, 2008년.독일 베를린의 슬로건 로고, 2008년.


선진 도시들은 제각기 재치가 넘치며 쉽게 공감이 가는 슬로건(표어)을 갖고 있다.

'I ♥ New York'  'Yes Tokyo'  'Iamsterdam' 등….

2008년 베를린 시의회는 동·서독 통일 20주년을 앞두고 슬로건을 공모했다.

300여 점의 응모작 중에서 '비 베를린(be Berlin)'이 뽑혔다.

베를린 시민이라서 자랑스럽다는 의미다.

1963년 서베를린을 방문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나는 베를린 사람이다

(Ich bin ein Berliner)"라고 연설한 데서 유래되어 친근감이 높다.

특히 분단되었던 시절의 베를린이 가졌던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다국적 문화를 가진

'유럽의 뉴욕'으로 밝게 거듭나자는 의도가 담겼다.


로고는 글자와 그림을 조합하여 베를린의 전통과 자부심이 나타나도록 디자인됐다.

'be'와 'Berlin'은 글자와 배경을 서로 반대되게 하고 그 사이에 브란덴부르크문을

단순화하여 표현했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본떠서 1791년에 세운 그 문은 6개의

기둥이 승리의 여신상을 떠받든 형상으로 베를린의 상징물이다.

글자와 배경 색채는 빨간색과 흰색만을 사용하여 주목도가 높고 산만하지 않다.


시의회는 로고의 관리를 베를린 파트너(Berlin Partner)라는 정부투자 민간단체에 전담시켰다.

280여 개의 기업 회원을 가진 파트너는 TV, 옥외 광고 등 갖가지 홍보활동에 로고를 등장시켜 인지도를 높였다.

요즘은 해외기업 유치를 위해 디지털 수도이자 스타트업의 천국인  "베를린으로 오라"는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비 베를린' 슬로건에 대한 호응은 대단하다. 페이스북 팬이 160만명,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도 8만2000장이 넘는다.

도시 슬로건도 공감할 수 있어야 호응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