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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독트린' 50주년 맞은 美, "주한미군 철수 없다"는데.. [이슈+]

바람아님 2019. 2. 6. 08:39

세계일보 2019.02.04. 16:54

 

"한국에는 4만명의 미군이 있다. 그것은 매우 비싸다"

“한국에는 4만명의 미군이 있다. 그것은 매우 비싸다.”

한국과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사진) 대통령이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는 것은 큰 비용이 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것’이란 점은 분명히 했으나 한국의 방위비 분담 비율이 앞으로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침 올해는 ‘아시아 국가의 방위는 아시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닉슨 독트린 발표 50주년이란 점에서 주한미군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하나하나가 모든 한국인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는 없다, 하지만…"

4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방송된 미 CBS방송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다른 얘기는 한 번도 안 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하지만 그곳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이 매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한국에는 4만명의 미군이 있다. 그것은 매우 비싸다”고 덧붙였다.


이는 주한미군 운용에 큰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북한이 비핵화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더라도 이를 들어줄 생각은 전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측 실무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지난달 31일 스탠퍼드 대학에서 한 강연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 “그것은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분담금 정해도 1년 뒤 협상 통해 갱신해야

현재 한·미 정부 간에는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중 한국이 얼마를 분담할지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오랜 교섭 끝에 분담금 총액은 한국 측 의견을, 협상 결과의 유효기간은 미국 측 의견을 각각 대폭 수용하는 쪽으로 이르면 이번 주 중 타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분담금 총액은 1조원을 조금 넘는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은 최소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이상을 요구해왔다.


다만 협정 유효기간은 1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1년이 지나면 다시 협상을 해 분담금 액수와 비율을 갱신해야 한다. 그간 한국은 “유효기간을 3∼5년으로 해 3∼5년마다 갱신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주장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매년 요구할 길이 사실상 열린 셈이다.

 1969년 ‘아시아의 방위는 아시아인의 힘으로’라고 외친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1969년 '닉슨 독트린' 이후 주한미군 철수

올해는 ‘아시아의 방위는 아시아인의 힘으로’라는 취지의 닉슨 독트린이 나온지 꼭 50년이 되는 해다. 1969년 7월25일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은 태평양의 미국령인 괌에서 새로운 대(對)아시아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괌 선언’으로도 불리는 닉슨 독트린이다.

선언의 핵심은 ‘아시아 우방국들은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아시아 동맹국과의 조약상 약속을 지키겠지만, 강대국의 핵에 의한 위협의 경우를 제외하면 아시아 각국이 스스로 협력해 그에 대처해야 할 것”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때부터 주한미군 철수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닉슨 독트린 발표 2년 뒤인 1971년 3월 주한미군 7사단 병력 2만명을 한반도에서 철수시켰다. 당시 박정희정권의 안보 불안은 극에 달했다. 닉슨과 트럼프는 둘 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란 공통점이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