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9.01.16. 01:00
[남정호의 논설위원이 간다] 한국 속의 미군 소도시 캠프 험프리스
1961년 헬리콥터 사고로 숨진 벤저민 험프리스 준위의 이름을 땄다는 캠프 험프리스. 미군 홍보처의 안내를 받아 돌아본 이곳은 군 기지보단 소도시라고 부르는 게 어울렸다. 전체 면적은 1460여만㎡로 일산 신도시(1570여만㎡)보다 약간 작다. 2020년 완공되면 미군과 가족 등 3만6000명을 수용하게 된다. 전체 둘레는 18.5㎞로 차로 도는 데도 40분 이상 걸렸다.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건 기지 동쪽의 활주로였다. 이곳은 원래 일본군 비행장이었는데 한국전이 나자 미군이 접수해 육군 기지로 바꿨다. 비행장을 따라 달리니 미 2사단 예하 제2전투항공여단이 운용하는 검은색 아파치 전투헬기와 치누크 수송헬기, 블랙호크 다목적헬기 등이 활주로 위에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2㎞에 달하는 활주로 덕에 거대한 C-17 장거리 전략수송기도 거뜬히 뜨고 내린다.
이런 한국 측의 도움으로 주한 미군은 전국 170여개의 시설을 평택·오산과 대구·부산 두 지역으로 집중시킬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재클린 리커 주한미군사령부 공보부장은 평택기지 이전으로 각 부대의 전반적인 능률이 향상됐다고 주장했다. 리커 부장은 "멀리 있던 부대들이 한 곳에서 모이게 되면서 소통이 원활해졌고 합동작전도 보다 능률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엔 없었던 첨단 훈련시설도 기지 안에 마련해 전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뿐 아니라 새로 지은 사령부 건물 등은 외부 공격에 훨씬 잘 견디도록 설계돼 평택 기지의 전반적인 방어 능력도 훨씬 나아졌다는 게 미군 측 설명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전방에 있던 미군들이 후방으로 재배치 되면서 북한 도발 시 미국이 자동으로 참전할 공산은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제기되는 걱정은 이보다 훨씬 심각한 주한 미군의 철수 또는 감축 가능성이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담판을 통해 미군을 확 줄이거나 아예 뺄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해 요즘에는 순환 배치돼야 할 미 2사단 제1여단 소속 4000여명의 병사가 올 7월 미국에 돌아간 뒤 충원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국내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한국 내 2사단은 1990년대까지 3개 여단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다 1992년 '아버지' 부시 행정부 때 미군 재배치 전략에 따라 제3여단이 해체됐으며 2004년에는 제2여단이 이라크로 차출된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 나머지 제1여단도 2015년부터는 9개월씩 순환 배치돼 왔다. 그러다 올 7월부터는 아예 한국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미군 철군 또는 감축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엘리스 벤풀 주한미군사령부 대외협력처장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위에서 알아서 하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미군의 한 관계자는 "바로 가까이에 중국이 있는데 이렇게 좋은 기지를 두고 완전히 철수하겠느냐"면서도 "트럼프의 결정으로 감축은 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2사단 제1여단이 안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럴 경우 한국에는 미 육군의 보병 전투 병력은 완전히 없어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미 의회에서 제정된 ‘국방수권법’은 주한 미군의 숫자를 2만2000명 밑으로는 줄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주한 미군의 숫자를 2만8500명이어서 4000여명 규모의 2사단 제1여단을 재배치하지 않더라도 별문제가 없다. 게다가 국방수권법은 올해 9월에 만료돼 그 이후에는 얼마든지 감축할 수 있다.
'時事論壇 > 美國消息'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美정보수장 "北 핵포기 안 할 것".. 비핵화 더 미루면 협상동력 꺼진다 (0) | 2019.02.01 |
---|---|
[글로벌 포커스]한때 독하다고 외면받던 '센 할머니'들 트럼프 집권후 각광 (0) | 2019.01.20 |
"북한 핵포기 전제한 트럼프 대북정책 지속불가능" (0) | 2019.01.15 |
“北核, 대량생산 단계 진입… 2020년 100기 보유” (0) | 2018.12.29 |
"트럼프 1월 비상사태 선포···화웨이·ZTE 전면 금지할듯" (0) | 2018.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