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농촌을 덮친 '5도의 비극'/[2019 소니세계사진상]1800개 장면에서 골라낸 이 사진
바람아님2019. 4. 19. 07:54
인도 농촌을 덮친 '5도의 비극'
한겨레 2019.04.18. 11:31
이탈리아 사진작가 페데리코 보렐로 가뭄으로 자살 속출 인도 농촌 조명 30년간 무려 5만9300명이 목숨 끊어 세계사진협회 선정 '올해의 사진가'에
세계사진협회(WPO)가 주최하고 소니가 후원하는 2019 소니세계사진상 `올해의 사진가'(Photographer of the Year)에 기후변화가 초래한 농촌의 참상을 추적한 이탈리아의 사진작가 페데리코 보렐라(Federico Borella, 35)가 선정됐다.
그가 이번 공모전에 제출한 사진 프로젝트의 제목은 `5도'(Five Degrees).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폭을 가리키는 말이다. 5도는 화씨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섭씨로 환산하면 약 3도에 해당한다.
사진프로젝트 `5도'는 인도 최남단 타밀나두 지역의 농촌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농민들의 자살 사태를 집중 조명했다. 이 지역은 2014년 이후 비를 몰고 오는 북동 계절풍이 약해지면서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140년만에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 UC버클리대 연구에 따르면 인도 농민의 자살 증가는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17년 7월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난 47년간의 기후 데이터와 자살 농민 수를 비교한 결과 1980년 이후의 지속적인 기온 상승이 농민들이 극단의 선택을 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30년간 무려 5만9300명의 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통계적으론 하루 섭씨 1도가 오를 때마다 67명이 자살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면서 인도의 기온은 2050년까지 섭씨 약 3도(화씨 5도) 더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이대로라면 농민 자살 사태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농민들을 죽음의 문턱으로 몰아넣는 것은 바로 빚이다. 이곳 농민들은 농기구 구입 또는 예전 빚을 갚기 위해 대출을 받는데 가뭄으로 수확량이 감소하면 벼랑으로 몰리게 된다.
보렐라는 2015년 염산테러를 당한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 인도에 왔다가 인도의 극한기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다 우연히 버클리대의 논문을 접하고는 기후변화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서구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보렐라는 지난해 5월 남인도농민협회 초청으로 타밀나두 지역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기후변화가 바꿔놓은 농촌 풍경, 숨진 농민의 흔적과 유품, 남겨진 사람들의 고단한 모습 등을 목격하고 이를 카메라에 담았다.
<보그> 편집장 출신인 심사위원장 마이크 트로우(Mike Trow)는 "보렐라의 작업은 놀라운 감수성과 상상력, 그리고 예술적 기교를 담아 이를 기록했다는 데 심사위원 모두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구 온난화가 특히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더 빠른 속도로 삶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며 "따라서 보렐라와 같은 예술가들의 작업이 더욱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보렐라의 사진은 프로페셔널부문 다큐멘터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올해의 청년사진가'에는 미국의 젤리 웨스트폴(Zelle Westfall)이 선정됐다. 그의 사진 `아부오트'(Abuot)는 자신의 학교 친구를 촬영한 것이다. 피부를 표백하거나 컬러링하는 것이 유행하는 현실에서 검은 피부의 아름다움을 조명했다.
`올해의 오픈사진가'에는 미국의 크리스티 리 로저스(Christy Lee Rogers)가 뽑혔다. ‘하모니’(Harmony)라는 제목의 이 사진은 하와이에서 촬영한 수중사진이다. 물 밖에서 수영장의 표면을 캔버스 삼아 빛의 굴절 효과를 이용해 촬영했다. 르네상스시대의 대형 회화 작품을 연상시킨다.
`올해의 학생사진가'에는 스페인의 세르지 빌라누에바(Sergi Villanueva)가 선정됐다. 오렌지 농장의 모습들을 찍은 그의 사진 프로젝트는 `라 테레타'(La Terreta)다. `라 테레타'는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우리로 치면 일종의 신토불이 정신인 셈이다.
‘소니 세계사진상’ 올해의 수상작 발표
세계사진협회 공모에 33만 작품 몰려
10개 오픈 부문·62개국 입상작 선정
자연야생 부문 수상작, 작품명 `수중의 가넷', Tracey Lund, 영국. ?Tracey Lund, National Awards 1st Place, United Kingdom, Winner, Open competition, Natural World & Wildlife,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내 꺼야”…바다새들의 수중 먹이 쟁탈전
세계 180개국에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세계사진협회(World Photography Organisation)가 주최하는 2019 소니세계사진상의 오픈 부문 수상작이 발표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사진 공모전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 대회는 올해로 12회를 맞았다. 카테고리별로 한 장의 최고 작품을 선정하는 오픈 부문, 5~10개의 시리즈 작품을 선정하는 프로페셔널 부문, 12~19세 작가 경연장인 청소년 부문, 사진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생 부문 이렇게 네 부문으로 나눠 심사를 진행한다.
올해 오픈 부문에선 건축, 문화, 풍경 등 10개 카테고리에서 수상작을 선정했다. 오픈 부문에선 국가별 우수 작품도 함께 선정해 시상하는데, 한국을 포함해 62개국에서 수상작이 나왔다.
올해 공모에는 195개국에서 역대 가장 많은 32만7천여 작품이 출품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고 주최쪽은 밝혔다. 프로페셔널 부문 우승자와 올해의 사진가(오픈 부문)는 4월17일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오픈 부문의 자연야생 카테고리 수상작(맨 위 사진)은 바다 색과 물고기의 동작이 어울려 아주 강렬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준다. 죽은 물고기 미끼를 놓고 두 마리의 가넷(갈매기의 일종)이 달려들어 다툼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가넷은 날개를 펼치면 길이가 무려 1m80cm에 이르는 대형 바다새다. 같은 배에 타고 있던 작가의 동료가 죽은 물고기 미끼를 바다에 던지자마자 수십미터 상공에서 시속 100km에 가까운 속도로 수직 다이빙해 물고기를 낚아채는 순간을 포착했다. 사진작가 트레이시 룬드는 어안렌즈가 달린 니콘4 방수카메라를 1.8m짜리 셀카봉 끝에 매달아 물 속에 집어넣은 뒤 연신 셔트를 눌러댔다. 두어시간에 걸쳐 찍은 1800여장의 사진 중에서 고르고 고른 것이 이 작품이다. 영국 스코틀랜드 북동쪽 셰틀랜드제도로 가는 바다에서 찍었다. 내셔널 어워드 영국 1위도 차지했다.
모션 부문 수상작, 작품명 `하모니'. Christy Lee Rogers, 미국. ? Christy Lee Rogers, United States of America, 1st Place, Open, Motion (Open competition),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그림인가 사진인가…몽환적인 빛의 마술
모션 부문 수상작은 미 하와이에서 찍은 수중동작 사진이다. 물 밖에서 수영장의 표면을 캔버스 삼아 빛의 굴절 효과를 이용해 촬영했다. 르네상스시대의 대형 회화작품을 연상시킨다.
문화 부문 수상작, 작품명 `그림자 인형', Pan Jianhua, 중국. ? Pan Jianhua, National Awards 1st Place, China Mainland, Winner, Open competition, Culture ,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문화 부문 수상작은 그림자인형극 공연 장면이다. 그림자인형극은 중국에서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민속문화다. 한 돌집 정원에서 주민들을 앞에 놓고 공연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건축 부문 수상작, 작품명 `폭염', Philippe Sarfati, 프랑스. ? Philippe Sarfati, France, 1st Place, Open, Architecture (Open competition),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건축 부문 수상작은 폭염을 식혀주는 사진이다.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의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인 21세기박물관에서 한 직원이 유례없는 폭염이 찾아왔던 2018년 7월 한낮에 박물관 앞 잔디밭에 물을 주고 있다.
창의 부문 수상작, 작품명 `몽상가와 전사', Martin Stranka, 체코. ? Martin Stranka, National Awards 1st Place, Czech Republic, Winner, Open competition, Creative ,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창의 부문 수상작은 ‘몽상가와 전사’다. 체코의 사진작가 마틴 스트란카는 작품 설명에서 “당신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강하든 약하든, 아프든 건강하든 당신의 가슴에 품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당신이 전사의 영혼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전사다. 다른 모든 것은 램프가 들어 있는 유리요, 당신은 그 안의 빛이다. 우리는 꿈을 좇는 걸 포기해선 안된다. 이 시리즈에 포착된 동물들이 상징하는 이상과 비전을 위해 싸우고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셔널 어워드 체코 1위 작품이기도 하다.
풍경 부문 수상작, 작품명 Stumps, Alder Lake, Nisqually River, Washington', Hal Gage, 미국. ? Hal Gage, United States of America, 1st Place, Open, Landscape (Open Competition),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풍경 부문 수상작은 물이 말라 바닥이 훤히 드러난 인공저수지 사진이다. 미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120km 떨어져 있는 니스퀄리강댐의 인공호수 앨더호다. 물 위로 삐죽 솟아오른 나무 밑동들이 미래의 황량해진 지구를 상징하는 듯하다.
초상 부문 수상작, 작품명 ‘출산’(Grayson Perry - Birth), Richard Ansett, 영국. ? Richard Ansett, United Kingdom, 1st Place, Open, Portraiture (Open competition),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초상 부문 수상작은 ‘출산’이다. 작가가 영국의 도예가 겸 사진작가 그레이슨 페리(Grayson Perry)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촬영한 사진이다. 페리가 여성 분장과 복장을 한 채 직접 모델로 나섰다. 그는 평소 여성복장을 즐겨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기는 출산휴가중인 고객사 홍보담당자의 아기라고 한다.
정물 부문 수상작, 작품명 `모란과 잎'(Peony and Leaves), Rachel Yee Laam Lai, 홍콩. ? Rachel Yee Laam Lai, National Awards 1st Place, Hong Kong SAR, Winner, Open competition, Still Life,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정물 부문 수상작은 ‘모란과 잎’이다.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모란의 아름다움은 전적으로 녹색 잎의 도움에 의존한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다른 이들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제 그림물감과 레진을 혼합해 만든 작품을 촬영한 것이다. 추상적인 화훼 정원처럼 보인다. 작가는 “이 그림이 모든 이에게 `받지만 말고 주라'는 점을 상기시켜주고,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돕고 지원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거리 부문 수상작, 작품명 `열린 화장실:언제 사라질까?''Open Air Toilet: When will it end?', Carole Pariat, 프랑스. ? Carole Pariat, France, 1st Place, Open, Street Photography (Open competition),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노상방뇨자 뒤의 공중화장실
거리 부문 수상작은 인도의 노상방뇨 사진이다. 바깥에서도 자유롭게 소변을 볼 수 있는데 굳이 바로 옆의 공중화장실에 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두 명의 인도 음악가 뒤쪽에서 한 남성이 공중화장실을 놔둔 채 벽에 대고 소변을 보고 있다. 인도에선 이처럼 야외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위생적인 환경과 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전세계적으로 한 해 140만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야외용변 관행을 깨기 위해 400억달러를 들여 전국 곳곳에 간이화장실을 만들고 `깨끗한 인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여행 부문 수상작, 작품명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성', Nicolas Boyer, 프랑스. ? Nicolas Boyer , France, 1st Place, Open, Travel (Open competition),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여행 부문 수상작은 프랑스인 작가가 일본 여행길에서 만난 이색 복장의 여성 사진이다. 순결을 뜻하는 시로무쿠(白無垢)라는 이름의 이 옷은 신부가 전통 결혼식 때 입는 기모노이다.
내셔널 어워드 한국 1위 수상작 ‘붉은 그물망 짜기’. ? Master Na, Korea (Republic of), 1st Place, National Awards,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예술적 색감 속에 숨겨져 있는 고단한 삶
오픈 부문 심사에선 또 각 나라별로 내셔널 어워드 수상작을 선정했다. 한국의 내셔널 어워드 수상작가는 1위 김재은, 2위 나기환, 3위 조재범 작가다. 1위를 한 김재은 작가의 작품은 원뿔 모양의 전통 모자 `농'을 쓰고 빨간색 실로 그물을 짜는 베트남 여인을 담았다. 베트남의 유명 휴양지 나트랑 인근 어촌에서 촬영했다. 심사를 맡았던 권오철 천체사진가는 “강렬한 색감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사람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단순한 구성으로 오히려 주제를 강렬하게 드러낼 수 있었다”라고 평했다. 김주원 풍경사진가는 “압권은 그물 속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오른발과 왼발의 모습”이라며 “엉키고 뭉쳐진 붉은 그물 속에서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노동과 삶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잘 포착했다”라고 평가했다.
내셔널 어워드 한국 2위 수상작 ‘평원의 아침’. ? Kihwan Na, Korea (Republic of), 2nd Place, National Awards,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소달구지를 타고 맞는 언덕 위의 아침햇살
2위 작품은 이른 아침의 안개 낀 미얀마 삔다야평원에서 세 사람의 농부가 소달구지를 타고 가는 모습이다. 김주원 풍경사진가는 “태양과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만나 기온 차로 대지에 피어 오르는 안개, 밝고 어두움이 만들어 내는 자연의 강약이 시각적 원근감을 만든다”라고 심사평을 밝혔다.
내셔널 어워드 한국 3위 수상작 ‘제주도의 길’. ? Jae Beom Cho, Korea (Republic of), 3rd Place, National Awards,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저 자동차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3위 조재범씨의 작품은 제주 화산섬의 도로다. 권오철 천체사진가는 “아무것도 아닌 풍경을 색마저 생략하고 단순하게, 그렇지만 느낌 있게 담아낸 감각이 좋은 작품으로, 해는 저무는데 어디로 떠나는지 여운이 남는 사진”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