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自然과 動.植物

[우리땅,우리생물] 후투티

바람아님 2019. 7. 13. 08:29
세계일보 2019.07.12. 00:22
여름철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여러 새 중 후투티는 가늘고 긴 부리가 아래로 살짝 굽어져 있고 머리 위에 긴 깃털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평소에는 눕혀 있지만 가끔씩 깃털을 세워 왕관을 쓴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 인디언 추장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이렇듯 생김새가 독특해 쉽게 식별할 수 있지만 지금은 거의 멸종한 딱따구리의 한 종류인 크낙새라고 오인해 심심치 않게 제보가 들어오곤 한다.
        

후투티의 울음소리는 훗 훗 훗처럼 들리는데 영어권에서는 Hoop-hoop-hoop처럼 들린다고 하여 Hoopoe라고 이름지어졌고, 우리나라 에서는 후투티라 불리고 있다. 후투티는 한국, 중국, 러시아, 인도,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그 분포권이 매우 넓다. 과거에는 모든 후투티를 한 종으로 구분했는데 아시아와 유럽의 후투티와 아프리카 남부지역, 마다가스카르섬의 후투티를 각기 다른 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후투티는 독특한 번식행동을 가지고 있는데 둥지에서 새끼의 배설물이나 먹다 남은 찌꺼기를 치우지 않아 둥지에서는 항상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고 암컷이 분비하는 악취까지 더해져 가까이 가기 어렵다.

이런 냄새 탓이었는지 독수리, 매, 까마귀, 올빼미와 함께 구약성서 레위기 11장에 먹지 말아야 할 새 목록에 올라있기도 하다. 아이로니컬하게도 2008년도에 이스라엘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으로 국민투표를 통해 나라새를 정했는데, 15만5000명이 투표에 참여해 35%의 찬성으로 후투티가 국조로 공식 지정됐다.


아직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지정한 국조는 없다. 일본은 있고, 중국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없다. 국조 지정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그 나라를 상징하고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보호활동을 펼칠 수 있는 종이면 좋겠다.


김진한·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