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작가의 소설 ‘빛의 호위’는 그 위대한 일을 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스토리는 주인공인 사진작가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은 그녀가 사흘을 내리 결석하자 반장에게 집에 찾아가 보라고 했다. 그녀는 부엌도 화장실도 온기도 없는 방에서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반장은 그녀가 추위와 허기로 곧 죽을 것 같았다. 생각만으로도 무서웠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수입 카메라를 그녀에게 무작정 갖다 줬다. 팔아서 쓰라고.
삶을 거의 포기했던 소녀를 그 카메라가, 아니 반장이 살렸다. 그녀는 카메라를 팔지 않고 그것으로 방 안의 물건들을 찍기 시작했고 더 많은 것을 찍으려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셔터를 누를 때 세상의 모든 구석에서 빛 무더기가 흘러나와 피사체를 감싸주는 그 마술적인 순간’을 경험하면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다. 그리고 세계의 분쟁지역을 찾아 사진을 찍는 전문 사진작가가 되었다.
그녀는 시리아 난민캠프로 떠나기 전 뭘 찍을 거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전쟁이 없었다면 당신이나 나만큼만 울었을 평범한 사람들.’ 우리처럼 평범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고통으로 인해 우리보다 더 많이 더 비통하게 울어야 하는 사람들을 찍겠다는 말이다. 타자에 대한 연민. 이건 반장이 20여 년 전에 행동으로 보여준 거다.
카메라를 준 반장, 몸을 다치면서까지 사람들의 아픔을 카메라에 담는 사진작가, 그리고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의 곳곳에서 목숨을 무릅쓰고 누군가를 살린 사람들. 조해진 작가의 소설들은 그렇게 빛의 호위를 받는 사람들의 연대를 보여준다. 지독한 무관심과 냉소의 시대에도 타자에 대한 눈부신 연민은 존재한다는 본보기로.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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