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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68] 남산 시대로의 회귀인가?

바람아님 2019. 9. 17. 07:11

(조선일보 2019.09.17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하이디 홀런드 '무가베와의 만찬'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지난 14일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 실소유자로 알려진 조범동이 귀국해서 공항에서 체포되었다는

소식에 환호한 국민은 다음 날에는 대한민국의 범죄 수사가 밀실에서 행해지게 되었다는 소식에

낙담해야 했다. 조국 '무법부(?)' 장관이 포토라인을 없애고 검찰 브리핑도 금지하다시피 하고,

공적 인물 피의자의 실명 공개도 못 하게끔, 범죄 수사를 '깜깜이' 모드로 전환하려고 획책하는

모양이어서이다. 검찰청에 초대형 암막을 두르는 것이 조국식 검찰 개혁인가?


물론, 포토라인은 대개 볼썽사납고 상당히 비인간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포토라인은 인권침해가 아닌

인권 신장에 보탬이 되도록 운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포토라인을, 따로 기자회견을 마련할 힘이 없거나 겨를이

없었던 피의자에게 절실한 소명의 기회로 활용하도록 하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원하는 피의자에게는 기자들 앞에서 2~3분 입장을 발표하고 단 5분이라도 질의응답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싶은 피의자는 취재진을 5m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게 해서 보호할 수 있다.


또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의 경우 피의사실 유출은 차단하되 검찰의 공식 브리핑을 늘려야 한다.

특히 이번 조국 사건처럼 검찰이 권력의 견제를 받고 있다는 국민적 우려가 높은 사안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은 물론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유시민 작가는 며칠 전 몹시 흥분해서 '대통령의 조국 임명 강행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먼저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라고

조국의 임명이 대국민 선전포고임을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철권통치, 독재의 문턱을 넘었다.

이제는 국민이 대응 사격할 순서이다. 그런데 지금 국민과 대통령 사이에는 아무 완충재가 없다.

문 대통령이 나라에 쌓은 공로나 국민에게 입힌 은혜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껏 축출된 독재자들은 대부분 일생 나라를 위해 사선(死線)을 넘나들며 큰 공로를 쌓았지만 말년의 실수로 축출되었다.


최근 사망한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은 짐바브웨의 절대다수 흑인들을 소수의 백인들의 지배에서 구하기 위해서

무장투쟁을 이끌고 11년간의 옥살이를 비롯해서 온갖 고초를 겪었다.

1980년 집권 이후 교육을 보급하고 위생을 향상시키고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인종 화해를 위해 노력해서

'아프리카의 희망'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독재자로 변해서 2017년에 축출되었다.

문 대통령은 무슨 업적에 기대서 국민의 무한한 아량을 요구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