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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66] 지옥을 예약한 사람들

바람아님 2019. 9. 3. 08:11

(조선일보 2019.09.03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단테 '신곡 지옥 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0년간 트위터에 올린 글을 모아보았더니 1만5000건이 넘는다고 한다.

그중 다수가 이런저런 인사의 행동을 비난하고 징벌을 제안하는 글인데 그런 행동을 자기가 똑같이,

또는 더 지독하게 하거나 심지어는 뒷구멍으로 이미 했으니 참으로 요사스럽다.

그 글들이 자기를 찌르는 창끝이 되리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면 백치일 것이고,

그런 생각을 했으면서도 계속 그런 글을 올렸다면 사이코패스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를 편드는 사람들의 지적·도덕적 수준 또한 너무나 한심해서 탄식이 절로 나온다.

위장 소송을 통해 수십억원의 빚 상환을 회피하고, 직위를 이용한 정보로 펀드 투자에서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자기 자식의 편법 스펙 쌓기로 남의 자식 교육 기회를 박탈한 것이 거의 확실한 혐의자에 대해, 자신도 청문회에서

의혹이 많았던 어느 인사는 그의 비리 사실 보도는 못난 기자들의 그에 대한 시기심 때문이고 검찰 수사는 저질 스릴러라고

매도했다.

쌍욕이 특기인 어느 도지사는 조국에 대한 비난은 마녀사냥이라고 했고, 과거에 정유라를 입학시킨 이화여대를

뒤집어엎어야 한다던 교육감은 조국 딸의 입학이 정당했는지는 감찰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 외에도 조국의 사퇴와 수사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내란 세력이라고 한 코미디언을 비롯해 명백한 불법과

사회 교란 행위를 두둔하는 인간이 어찌 이리 많을까?


조국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철저한 침묵은 '범법자라야 법을 잘 수호할 것'이라는 그의 소신을 반영하는 것일까?

그의 '지소미아' 파기도 조국 비리에 대한 연막이라는 견해가 맞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조국 수호가 국민 안전보다

우선순위라는 말인가? 일본을 모욕하며 국민의 반일 감정을 자극해 외교 실패를 덮으려 하더니 이제는 미국과도

결별 절차를 밟아서 국제사회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려 한다. 적자 국채를 60조원으로 늘려 놓고서 남북 경협으로

일본을 단숨에 뛰어넘겠다니 국민은 초등생 수학도 못 하는 줄 아는가?


단테의 '신곡' 지옥 편 19~32장에는 사기꾼, 위선자, 사회를 분열시킨 자, 반역자들이 벌 받는 모습이 담겨 있다.

위선자는 지옥의 바닥에 못 박혀 지나가는 죄인들에게 밟히고, 사기꾼은 인간·야수·파충류가 합쳐진 몸으로 꿈틀거리고,

사회를 분열시킨 죄인은 몸통과 사지가 끊임없이 잘리고, 부패 정치인은 역청(瀝靑)이 끓는 호수에 처박혀 있고,

반역자는 얼음 덩어리 속에 뒤틀린 자세로 박혀 있다. 조국이 트위터에서 처방했을 법한 징벌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