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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역청구서 내자] [2] 일본은 핵연료 재처리, 한국은 금지… 46년째 꽁꽁 묶인 원자력협정

바람아님 2019. 11. 23. 08:16

[방위비 역청구서 내자] [2] 일본은 핵연료 재처리, 한국은 금지… 46년째 꽁꽁 묶인 원자력협정

조선일보 2019.11.20 03:44 | 수정 2019.11.20 07:48

[방위비 역청구서 내자] [2] 한국 홀대하는 미국의 원자력 협정
방위비 비슷하게 내는데… 美, 일본만 규제 풀고 한국 요구는 외면
핵폐기물 2년후 포화, 재처리땐 부피 20분의 1·독성 1000분의 1로
美 허락없인 우라늄 농축도 불가… "일본 수준으로 협정 개정 필요"

미군 2만8500명이 주둔 중인 한국은 올해 방위비 분담금으로 1조389억원을 썼고, 미군 5만2000명이 주둔 중인 일본은 2조600억원가량을 냈다. 한·일의 경제력 격차를 감안하면 한국의 분담 규모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안보 측면에서 한·일에 대한 미국의 대접은 완전히 딴판이다.

대표적 사례를 미국이 한·일과 맺은 원자력협정에서 찾을 수 있다. 두 협정을 비교해 보면 핵 주권과 직결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한국은 일본에 비해 일방적인 차별을 당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미국을 상대로 '일본 수준으로의 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日엔 재처리 프리패스, 韓엔 전면 금지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우라늄 핵연료는 4년 정도 사용하면 교체해야 하며, 이때 높은 열과 방사능을 내뿜는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한다. 현재 한국은 원전마다 마련된 임시저장시설에서 열을 식히며 이를 보관 중인데, 2021년부터 차례로 포화상태가 된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자료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부피는 20분의 1, 발열량은 100분의 1, 방사성 독성은 1000분의 1로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얻은 저순도 플루토늄도 원자력 발전의 연료로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플루토늄이 핵무기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은 한국의 재처리 허용 요구를 거부해 왔다.

한·미 원자력협정 약사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서도 재처리는 인정받지 못했고, 핵무기로 전용이 불가능한 재활용 기술(파이로프로세싱)의 연구만 일부 허용받았다. 당시 협정을 통해 해외 위탁 재처리를 허용받았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영국·프랑스까지 싣고 갔다가 플루토늄을 제외한 나머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다시 한국에 반입해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반면 일본은 30년 전부터 미국의 재처리 금지 방침에서 예외를 인정받아 비핵보유국 중 유일하게 플루토늄을 쌓아놓고 있다. 일본은 1968년에 체결된 미·일 원자력 협정을 통해 일본 내 시설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권리를 얻었다. 1988년 개정된 협정에서는 일본 내에 재처리시설, 플루토늄 전환 시설, 플루토늄 핵연료 제작 공장 등을 두고 그곳에 플루토늄을 보관할 수 있는 '포괄적 사전 동의'를 얻었다. 일본은 영국·프랑스 등에서 위탁 재처리한 뒤 나온 플루토늄을 재반입해서 현재 약 46t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내에 짓고 있는 재처리 시설이 완성되는 2021년부터는 매년 8t의 플루토늄을 자체 생산할 수 있다.


◇저농축우라늄도 한국은 '원칙적 허용'

프랑스형 원자력 잠수함의 연료로 쓸 수 있는 저농축우라늄과 관련해서도 한·미 원자력 협정과 미·일 원자력 협정의 수준은 판이하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정에서 미국은 우라늄의 20% 미만 저농축을 '원칙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고위급 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서면 합의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20% 미만 저농축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본이 1988년 미·일 원자력 협정에 의해 우라늄의 20% 미만 농축을 전면 허용받고, '당사자 합의 시' 20% 이상의 고농축도 가능하도록 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와 관련,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보관이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서 일본 수준으로 원자력 협정을 업그레이드하자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추후 교섭 과정에서 이미 독자성을 갖춘 우리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2015년 개정된 협정에서 한국이 원전을 수출할 때 대상국에 대해 미국의 포괄적 동의만 받으면 되도록 규정했지만, 언제든 미국이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 실제 작년 9월 한국전력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단독으로 원자로 수출을 시도하자, 미 정부는 "미국의 원전 기술이 포함돼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황일순 울산과학기술원 석좌교수는 "한국이 이제 완벽히 독자적 원전 기술을 가진 나라라는 점만 미국이 인정해줘도 원전 수출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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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956년부터 재처리 계획 세우고 원전 정책 일관… 한국은 '원전 진흥→탈원전' 정권 바뀌며 정책 뒤집혀

조선일보 2019.11.20 03:45

[방위비 역청구서 내자] [2] 한국 홀대하는 미국의 원자력 협정

일본이 미·일 원자력협정 협상을 통해 비핵보유국 중 유일하게 플루토늄 보유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비확산 체제가 공고해지기 이전의 국제 정세를 활용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의 자국 내 재처리와 플루토늄 저장 권리까지 관철한 데엔 장기간에 걸쳐 일관된 원자력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술 개발과 시설 건설을 꾸준히 한 것이 주효했다. 원자력정책이 정권에 따라 '원자력 진흥' '탈원전' 등으로 냉·온탕을 오간 한국과는 달랐다.

일본원자력학회 등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1955년 원자력기본법을 만들고 1956년 일본원자력위원회와 일본원자력연구소 등을 발족하면서부터 고속증식로 개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플루토늄 이용을 바탕으로 하는 장기 기본 계획을 세웠다. 1956년에 이미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준국산(準國産) 에너지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1988년 미·일 원자력 협정 체결까지 32년간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흔들림 없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란 명분을 내세웠고, 초기에는 일본의 경제적 부흥을 바랐던 미국 정부도 협조적이었다. 1958년 미·일 원자력 협정에서 미국의 시설에서만 하도록 되어 있던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1968년 협정에서 양국 합의를 통해 일본 내에서도 할 수 있도록 고친 것도 그 결과였다.

그러나 이바라키현(茨城縣) 도카이무라(東海村)에 건설된 일본 최초의 재처리 시설이 1977년 가동을 개시할 무렵에는 핵 비확산정책을 추진하는 지미 카터 행정부와 갈등이 시작됐다. 미국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더라도 플루토늄만을 추출하는 단체(單體) 추출은 하지 않기를 요구했지만, 일본은 이미 기술·시설이 완성됐다며 버텼다. 198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도 일본은 핵연료 재처리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일 뿐이며 비확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미·일 협력을 중시한 미 국무부가 미 원자력규제위원회 등의 반대를 수용하지 않고 일본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인정하는 협정에 합의하면서, 일본은 플루토늄 보유국의 반열에 올랐다.

이를 두고 한 전직 고위 외교 당국자는 "원전을 수출하다가 갑자기 탈원전을 하겠다는 식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자력 정책이 요동쳐서는 일본과 같은 권리를 요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