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역청구서 내자] [3] 韓美 미사일 지침에 막힌 고체연료·사거리
고체연료 추진력, 선진국의 10분의 1… 사거리 800㎞까지만 가능
北, 신형 미사일 전부 고체 기반… 日도 ICBM 전용 가능 로켓 쏴
美동맹국 중 미사일 통제는 한국이 유일, 이스라엘은 제한 안받아
◇미사일 주권 제약한 '지침'
미국의 동맹국 중 미사일 통제를 받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외교부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미국이 양자 차원에서 미사일 지침을 맺은 나라는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인데 이들은 모두 북한과 같은 적대 국가와 대치 중인 상황이 아니다.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에 참여했던 전직 국방부 고위 관리는 "적성국들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의 경우 우리와 같은 미사일 개발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미사일 지침을 맺은 것은 1979년이다. 박정희 정부가 비밀 핵무기 개발 추진에 이어 탄도미사일 개발에 적극 나서자 미국이 전방위적 압박을 가한 결과였다. 이 지침에 따라 우리 군이 개발·보유할 수 있는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180㎞, 탄두 중량은 500㎏으로 묶였다. 2017년까지 수차례의 개정을 통해 현재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은 사라졌지만 사거리 제한(800㎞)은 사라지지 않았다. 고체연료 로켓 제한도 그대로 남았다.
◇급속 향상된 北·日 미사일 능력
이처럼 한국이 이 지침에 묶여 '미사일 주권'을 제약받는 사이 북한과 일본의 미사일 능력은 급격히 발전했다.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 계열의 미사일을 고체연료로 완성했거나 개발 중이다. 북극성-2형의 사거리는 2000㎞가량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우리 군이 개발 중인 현무-2C의 기대 사거리 800㎞의 2~3배 수준이다. 북한은 발전된 고체연료 기술을 바탕으로 '신형 4종 세트'도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이스칸데르,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과 신형 방사포는 모두 고체연료 기반이다.
일본은 이미 고체연료 기반의 로켓 '엡실론'을 2013년 쏘아 올렸다. 엡실론 발사 비용은 주력 로켓인 H-2A의 3분의 1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에 참여했던 전직 국방부 고위 관리는 "일본은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의지 자체가 없기 때문에 미국과 미사일 지침도 맺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일본은 탄도미사일이 아닌 순항미사일만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본이 개발한 인공위성용 로켓은 언제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이 가능하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조차도 고체연료 기반 ICBM의 개발·발사 능력을 확보한 것이다.
◇고체化에 박차 가하는 北
고체연료는 액체연료 로켓에 비해 추진력은 약하지만 구조가 간단하고 연료 주입 과정이 없기 때문에 신속한 이동과 발사가 가능하다. 북한은 액체연료 기반 미사일·로켓을 고체연료로 바꾸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사일 지침 때문에 고체연료를 통한 우주로켓 개발이 불가능해지자 1990년대 말 액체연료를 쓰는 우주로켓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나로호는 수차례 발사에 실패했다.
800㎞로 묶인 미사일 사거리 규정을 개정하는 문제는 미국에서도 큰 거부감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이후 동맹국을 동원해서 중거리 미사일 문제를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사거리 문제에 부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군 관계자는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한반도에 직접 들여올 경우 중국의 반발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당시를 능가할 것"이라며 "이런 점을 미국에 잘 설득해 미군의 미사일을 한반도에 배치하기보다는 우리 군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푸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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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역청구서 내자] [3] 구조 간단하고 즉각 점화되는 고체연료, 군용 미사일에 최적
[방위비 역청구서 내자] [3] 韓美 미사일 지침에 막힌 고체연료·사거리
낮은 가격에 비해 큰 힘 발휘… 액체연료 기반한 나로호는 수차례 발사 실패 등 난항
탄도미사일과 우주발사체에 널리 사용되는 액체연료와 고체연료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액체연료는 연소 효율성이 좋아 큰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우주발사체 1단 로켓은 대부분 액체연료를 사용한다. 추력(推力) 및 속도 조절 등이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연료가 액체여서 로켓이 크고 무거워야 한다. 연료통과 산화제통 등 구조물과 부품도 많아 구조가 복잡하다. 로켓 내에 오랜 시간 액체연료를 넣어놓을 경우, 액체연료가 연료탱크를 상하게 할 위험이 있어 보통 발사 직전에 연료를 주입한다. 이 때문에 군용 미사일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1단 로켓으로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나로호의 경우, 2009~ 2010년 두 차례 발사 실패 후에도 발사가 한두 차례 연기된 끝에 2013년에야 발사에 성공했다. 그만큼 로켓·미사일 개발에 큰 제약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은 구조가 간단하고 즉각적 점화(발사)가 가능하다. 제작비도 싸다. 낮은 가격에 비해 비교적 큰 힘을 낸다. 신속 대응이 생명인 군용 미사일은 그래서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일단 점화가 되면 추력 및 속도 조절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군용 미사일과 함께 우주발사체(로켓)에서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2·3단 로켓용으로 많이 쓰인다.
2012년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에 참여했던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일본의 경우 1단 로켓도 고체연료를 사용하며 '완전한 고체연료 로켓'을 만들었다"며 "우리도 민간 로켓 고체연료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상 우리나라도 고체연료 미사일을 개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거리 800㎞ 이하에서만 가능하다. 군용 미사일은 물론 비군사용 우주개발 로켓도 '역적(力積·추력×작동 시간) 100만파운드·초 이하'만 허용된다. 달·행성 탐사 등 우주 시대를 열려면 고체연료 족쇄를 푸는 게 관건이다. 사거리 800㎞ 이상의 미사일 개발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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