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軍事·武器.安保

美 믿고 핵무장 안했는데 돈만 더 내라? '핵공유' 약속 받아내야/美·유럽은 '나토 핵공유'로 러시아 핵위협에 맞서

바람아님 2019. 11. 25. 09:31
美 믿고 핵무장 안했는데 돈만 더 내라? '핵공유' 약속 받아내야

조선일보 2019.11.22 03:01

[방위비 역청구서 내자] [4] 한반도 지킬 최소한의 안전판 '핵공유'

연합훈련·전략자산 전개 통해 한국 지켜주겠다던 美의 약속
트럼프 취임 후 비용문제로 흔들, 북중러 핵 위협에 노출 우려
전문가들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핵무기 공유 협정 요구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을 지켜주는 대가'로 올해 방위비 분담금의 5배가 넘는 약 5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의 보호를 받는 조건으로 치른 '핵무장 포기 비용'은 전혀 계산에 넣고 있지 않다. 미국이 방위비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만큼, 우리도 미국 핵무기의 배치·사용 등 핵전(核戰)에 관여할 권한을 받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 공유'처럼 우리도 미국과 핵 전략을 공유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신각수 전 외교부 1차관은 "고도화된 북한의 핵능력을 실질적으로 억제하려면 전술핵 재배치나 핵공유 협정의 체결을 미국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美 약속 믿고 핵무장 포기했는데

미 군축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는 6490개, 중국은 290개, 북한은 30개의 핵탄두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핵보유국들에 둘러싸인 한국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비핵(非核) 국가'로 남은 것은 미국이 '확장억제(Ex tended Deterrence)'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중·러 등이 공격하지 못하게 미국의 핵무기와 재래식 전력, 미사일 방어 등을 총동원해 보호해 줄 테니 핵무기를 개발하지 말라'는 논리로 동맹국들을 설득해 왔다. 그 대신 미국은 한반도 위기 때마다 B-1B, B-2, B-52 등의 전략폭격기, 레이건·칼빈슨함 등의 핵 추진 항모, 미시간함 등의 핵 추진 잠수함을 보내왔다. 그러나 동맹 관계를 '거래'로만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확장억제 공약의 신뢰성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그는 미국이 전략폭격기·핵항모·핵잠수함 등을 한반도에 전개하고 연합훈련을 하는 데 돈 쓰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까워하는 전략자산 전개와 연합훈련은 미국이 약속한 확장억제의 핵심이다. 미국의 약속을 믿고 핵 전력을 갖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방위 전략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현 정부가 주장하는 '자주국방' 계획도 재래식 전력에 의존한 것으로, 핵을 가진 북·중·러와는 상대하기 어렵다.

美 전술핵 공유하는 나토

나토 28개국(프랑스 제외)은 미국과 '핵 공유'를 하고 있다. 미국의 B61 전술핵폭탄을 독일·이탈리아·벨기에·네덜란드·터키 등 5국에 배치해 놓고, 유사시 적국을 폭격할 수 있도록 함께 훈련하며 대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핵무기 사용의 최종 권한은 미 대통령에게 있지만, 미국과 나토 국방장관이 모두 참여하는 '핵계획그룹(NPG)'에서 매년 핵 전략과 핵무기 운용 계획을 함께 논의한다.

북핵이 고도화되며 전임 우리 정부도 나토식 '핵 공유'에 관심을 가졌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1990년대 철수한 미국의 전술핵을 재반입하는 데 대해 일단 미국 정부가 부정적이었고, 중·러의 거센 반발도 예상됐기 때문이다. 현 정부도 핵 공유에 부정적이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21일 국회 외통위에서 "NATO식 핵 공유로 간다는 것은 우리 정부의 비핵화 정책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전혀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 후 核戰 계획 필요

그러나 안보 전문가들은 한국이 핵을 갖지 않는 대신 미국 핵무기의 배치·사용에 대한 계획을 공유해야 북핵을 제대로 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데프콘3(적 도발 징후 포착) 이상의 위기 상황에서만 미국 전술핵을 한국에 전개하기로 약속하고 평시에는 우리 F-15나 F-35 전투기가 미 본토에 가서 핵무기 탑재 훈련을 하면 전술핵 재반입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면서도 핵 공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2022년쯤 미국에서 넘겨받을 계획이라면 핵무기 배치·사용 계획의 공유가 필수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핵과 재래식 전력을 모두 동원해서 전쟁 계획을 세우고 있을 텐데, 핵 자산도 없고 핵전 계획도 모르는 한국군 사령관이 어떻게 전시 작전을 지휘하겠느냐"며 "확장억제합의체를 만들어 핵·재래식 전력을 통합한 공동의 작전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美·유럽은 '나토 핵공유'로 러시아 핵위협에 맞서

조선일보 2019.11.22 03:01

[방위비 역청구서 내자] [4] 한반도 지킬 최소한의 안전판 '핵공유'

러시아 1957년 첫 위성 발사하자 美, EU 동맹국 지키려고 핵공유
유사시 대비 방어 구심점 역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 공유'는 미국과 소련 간의 핵무기 개발 경쟁과 군축 협상을 거치면서 형성된 개념이다. 적성국(소련)의 핵 능력이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서유럽 동맹들이 미국의 방위 공약을 신뢰하게 하는 장치인 동시에, 핵확산을 원하지 않는 미국이 동맹국들에 자체 핵무장을 단념시키는 도구였다. 북한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개발한 상황에서 한·미 간 핵 공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나토식 핵 공유의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됐다.

소련이 원자폭탄(1949년)과 수소폭탄(1953년) 실험에 성공하자 미국 전술핵의 서유럽 반입 등 '핵우산' 제공이 시작됐다. 하지만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발사에 성공하고 ICBM 능력을 갖추면서 새로운 의문이 제기됐다. '미국이 본토의 위험을 감수하며 유럽 동맹국들을 보호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소련은 이 무렵 서유럽을 겨냥한 중거리탄도미사일(MRBM)도 대량으로 배치, 프랑스·독일을 중심으로 '핵 공유' 논의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1960년대 들어 여러 나라가 경쟁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자, 미국은 핵 확산을 막을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때 케네디 행정부는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전함을 나토 다국적군이 함께 운용하는 '다국적 핵전력(MLF)'의 창설을 제안했다. 미국·영국·독일·이탈리아·터키로 구성된 '핵계획실무그룹(NPWG)'은 1966년부터 나토의 핵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러한 '핵 공유'는 나토 회원국들을 '동맹'으로 뭉치게 하는 구심점이 됐고, 현재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