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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2] 중국의 幕後

바람아님 2019. 11. 29. 18:31

(조선일보 2019.11.08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


공자(孔子)가 제자 자로(子路)를 평가한 말이 유명하다.

"당(堂)에는 올랐지만 실(室)에는 들어서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높은 경지에 오르다'는 뜻의 승당입실(升堂入室)이라는 성어가 탄생한 유래다.

중국의 고대 주요 건축은 대개 '당실(堂室) 구조'다. 앞의 '당'은 외부를 향해 열려 있는 장소다.

제사와 외빈 접견 등 공개적인 의례(儀禮)가 열린다.

그에 비해 '실'은 내밀(內密)하면서 개인적인 공간이다. 집채의 주인이 여기서 생활한다.

내실(內室) 또는 침실(寢室)이라 적어도 좋다.

외부에 공개하는 '당'과 주인이 개인적인 일상을 보내는 '실'은 따라서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둘 다 중요한 건축이지만 바깥과 안쪽이 갈리는 경계다.

공자의 제자 자로는 악기를 잘 다뤘다. 강렬한 음조를 잘 냈다고 한다.

그러나 공자는 자로의 음악적 재능이 아직 원숙한 지경에 오르지 못했다고 여겼다.

이를 두고 건축의 '당'에까지는 이르렀으나 '실'에는 오르지 못했다고 설명한 것이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궁궐(宮闕)도 마찬가지다. 황제가 공식적인 업무를 보는 곳이 조(朝)다.

그에 비해 잠을 자고, 쉬면서 삶을 잇는 곳은 정(廷)이다. 둘을 합쳐 조정(朝廷)이라고 부른다.

요즘 권력의 핵심이 들어선 장소를 가리키는 단어의 속뜻이다.

연극에서도 무대와 커튼 뒤의 의미가 크게 갈린다. 이른바 대전막후(臺前幕後)다.

우리 식으로 치면 막전막후(幕前幕後)다.

남에게 보여주는 무대 전면과 장막으로 가려진 뒷면의 차이를 유난히   강조한다.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로 속내와 겉 꾸밈을 가르는 일본인의 습속은 사실 이런 중국식 '당실' 구조의

한 연역(演繹)으로 볼 수 있다. 그 원산지인 중국, 특히 집권 공산당의 막후는 훨씬 더 은밀해서 늘 눈길이 간다.

그나저나 우리는 중국의 어디를 살피고 있을까.

'당'에도 올라서지 못했을 수 있다. 문(門)에나 들어섰으면 다행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