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인공지능(AI) 경제 시대를 맞아 미국과 선두권 각축을 벌이는 중국.
4차산업혁명 시대가 본격 개화하는 마당이지만 중국에서 종교는 여전히 미묘한 통제 대상이다. 종교가 갖고 있는 강한 정신적 권위에 대한 통치 차원의 견제가 여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일보] 2019.11.29 00:51
당국 지시로 강희제로 바뀐 아미타불 두상
도교 시조 노자도 홍루몽 작가로 바뀌어
지난 8월 허베이성 청더시 웨이창만주몽고족자치현의 영경사 경내에 있던 12m짜리 아미타불상이 돌연 강희제상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 불상은 2005년 현지 주민들의 모금으로 세워졌다. 하지만 현정부 종교국은 이 불상을 해체하라고 지시했다. 중앙의 명령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불상이 있는 장소까지 교통 접근이 불편해 해체가 녹록치 않았다. 고심하던 당국은 결국 아미타불의 두상만 강희제로 바꾼 것이다.
“불상은 곤란”
현지 정부는 “불상만 아니면 된다. 마오쩌둥, 공자, 강희제라도 상관 없다”며 개조를 지시했다고 한다. 별 수 없이 관리자 측에선 변발과 수염을 기르고 모자를 쓴 강희제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전쟁 와중에 민족 갈등이 첨예한 아프가니스탄도 아니고 세계 2위 경제체인 중국에서 느닷 없는 종교계 견제에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홍콩 언론에선 “중국공산당은 인민이 불상에 절하고 당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교도들에겐 황당한 상황이 됐다. 절을 하는 대상이 불상인지 강희제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홍콩 언론에선 “중국공산당은 인민이 불상에 절하고 당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교도들에겐 황당한 상황이 됐다. 절을 하는 대상이 불상인지 강희제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도교도 당했다
도교의 시조인 노자의 조소물도 수난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7월달 일이다. 랴오닝성 둥강시 구산진에 있는 현도궁의 노자상이 개조됐다. 왼손에 들고 있던 죽간은 반쯤 펴진 책으로 바뀌었다. 머리에는 돌연 갓이 씌워졌다. 호방한 노자의 풍모는 사라지고 학자풍 인물로 대체된 것이다. 다름 아닌 고전소설 홍루몽의 저자 차오쉐친이었다. 현지 정부의 요구였다.
“목하 종교와 전쟁 중 ”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일어나는 배경은 당의 종교 색채 약화 시책 때문이다. 샘 브라운백 미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는 지난 9월 유엔 총회 때 별도 위원회에 참석해 "중국은 종교와 전쟁 중"이라고 규정했다.
시진핑 총서기의 중국공산당은 두번째 임기 들어 당건설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당의 기율을 강화하고 당의 권위를 높이겠다는 목표가 설정됐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비롯한 기술·금융·환율 전쟁이 가열되고 있고 홍콩 사태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늪에 빠져가고 있다. 당의 지도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게 현재 중국 지도부의 계산이다.
시진핑 총서기의 중국공산당은 두번째 임기 들어 당건설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당의 기율을 강화하고 당의 권위를 높이겠다는 목표가 설정됐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비롯한 기술·금융·환율 전쟁이 가열되고 있고 홍콩 사태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늪에 빠져가고 있다. 당의 지도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게 현재 중국 지도부의 계산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에선 천하가 안정을 찾지 못할 때 정치의 자리를 종교가 대체했다. 그런 점에서 중국공산당이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대한 견제망을 비교적 느슨했던 불교와 도교에까지 넓히고 있는 것은 선제조치적 성격이 짙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과 AI 슈퍼파워를 다투는 중국인데 불교 불상 하나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경직된 사회라는 비판은 면키 어렵다. 민심은 경제 하나면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인 걸까.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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