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만물상] '박능후 장관, 국민이 잘못해 죄송합니다'

바람아님 2020. 2. 28. 11:08

(조선일보 2020.02.28 이동훈 논설위원)


낮은 패 들고 일부러 허세 부리는 것을 도박판에서 블러핑이라 한다. 잘하면 상대가 지레 겁먹고 물러선다.

똑같지는 않지만 도둑이 매를 드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이유도 상대를 겁먹게 한 뒤 달아나려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의 전형적인 협상 전술도 이렇다.

1953년 판문점 정전협상에서 늘 큰 소리 치는 것은 중국·북한 측이었다.

협상에 참여한 미 장성은 나중에 '공산주의자는 어떻게 협상하는가'란 책까지 썼다.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야당 의원이 '주사파' 전력을 거론하자 "5·6공 때 의원님은 어떻게 살았나"라고

초점을 돌리며 "그게 질의냐"고 화를 냈다. 질의에 대한 답변은 일절 하지 않았다.

그는 울산 선거 공작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에 출석할 땐 "검찰이 정치한다"고 반격했다.

역시 선거 공작 문제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후임 비서실장도 국회에서 화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정무수석은 야당 원내대표가 다른 사람을 향해 '우기지 말라'고 하자 자신이 벌떡 일어나

"우기다가 뭐냐"며 고함치며 삿대질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조국씨다. 가족 혐의가 20개, 본인 혐의가 11개인데 검찰에 희생당한 순교자인 척한다.

조국 아들 인턴 증명서를 위조해준 혐의를 받는 공직기강 비서관은

'검찰 쿠데타'라며 공수처가 출범하면 검찰총장을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친문 의원은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전 재산, 의원직, 목숨을 걸겠다. 너희는 무엇을 걸 테냐"고 되레 화를 냈다.

물론 아직 아무것도 걸지 않았다.

한 진보 평론가는 이들의 적반하장 이유를 "이미 기득권이 됐는데 아직도 진보운동을 한다는 환상 때문"이라 했다.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고개를 쳐들고 눈을 부라리는 것에 이제 장관까지 가세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그제 국회에 나와 코로나 확산에 되레 큰 소리를 쳤다.

'왜 중국인 입국 제한을 안 했느냐'는 질의에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 이라고 우리 국민 탓을 했다.

야당 의원 목소리가 높아지자 그는

"하루 2000명 한국인" "열도 기침도 없는 한국인이 감염원"이라며 지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 대응이 창문 열고 모기 잡는 식이라고 하자 "겨울이라 모기는 없다"고 했었다.

"통제가 가능하다"고 큰소리도 쳤다.


▶그는 국책 연구 기관과 대학에서 30년 몸담은 사회복지 학자다.

그런데 대선 캠프에 들어가 장관 자리를 얻으니 운동권이 다 된 것 같다.

되레 성내고 큰 소리 치고 국민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8/202002280002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