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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조국 지지자들은 킹덤의 좀비 같아"/[분수대] 조광조

바람아님 2020. 3. 25. 07:46

진중권 "조국 지지자들은 킹덤의 좀비 같아"

조선일보 2020.03.24 08:09

"조국은 조광조" 황희석 발언에
진중권 "역사를 바로 배우자" 일갈
"정경부인은 돈놀이에 서당 표창장 위조"

왼쪽부터 조선시대 정치가 조광조(1482~1519),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
왼쪽부터 조선시대 정치가 조광조(1482~1519),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4일 최근 여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조선시대 개혁 정치가 조광조(1482~1519)에 빗대는 데 대해 “역사를 올바르게 배우자. 조광조(조국) 대감의 처(妻) 정경부인(정경심)은 자식들 성균관에 보내려고 서당 표창장을 위조했다”며 “조국 지지자들은 드라마 ‘킹덤’의 나오는 좀비와 같다”고 했다.

여권 비례 정당인 열린민주당에서 8번을 배치받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최근 “조 전 장관을 생각하면 중종 때 개혁을 추진하다 모함을 당해 기묘사화의 피해자가 된 조광조 선생이 떠오르고, ‘대윤’ ‘소윤’ 하면 말 그대로 권력을 남용하며 세도를 부리던 윤임(대윤)·윤원형(소윤)이 생각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조광조(조국)는 세간엔 개혁의 화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정사에 기록된 것과 많이 달랐던 모양이다”며 “이분의 처, 정경부인(정경심)께서 자식들 성균관에 보내려고 훈장 몰래 서당 표창장 위조한 거 모르셨죠?”라고 했다. 이어 “표창장뿐 아니라 서당의 모든 증명을 위조했고 조정의 인맥을 이용해 6조에서 골고루 하지도 않은 실습 증명서까지 얻어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분(정경심)의 꿈이 종로 육의전 근처에 건물 사는 거로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돈놀이까지 했다”며 “부군 되신 조광조 대감은 그 짓 하는 데에 종잣돈으로 쓰라고 경복궁 근처에서 장영실이 발명한 엽전송금기로 5000냥을 보내주기도 하는 등 그 짓을 하다가 결국 대윤 윤임과 소윤 윤원형에 발각된다”고 했다. 정씨가 평소 ‘내 목표는 강남 건물 사는 것’이라고 밝혀왔고, 정씨의 사모펀드 투자를 위해 조 전 장관이 청와대 인근 ATM에서 5000만원을 송금했던 일을 빗댄 것이다.

진 전 교수는 “그러자 정경부인은 장부를 없애려 부랴부랴 야밤에 파발마를 타고 선비의 고향 풍기읍까지 내려가는 도중에 구리암 배일이라는 오랑캐가 발명한 덕천풍으로 대감께 상황을 알려주기도 했다”며 “원래는 낱장 갈아치기만 하려고 했는데, 한양서 가져간 종이가 사이즈가 안 맞아 결국 장부채 들고 나와 머슴에게 맡겨둔다”고 했다. 정씨가 증권사 직원과 함께 동양대로 내려가 PC를 들고 나온 일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 짓을 하다 정경부인은 윤임에게 걸려 옥살이를 하게 되고, 조대감 역시 의금부에서 조사를 받게 되는데 그때 밤마다 의금부로 좀비들이 몰려와 울부짖고 난리를 쳤어요.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킹덤’이 바로 그 사건을 배경으로 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대규모 ‘조국 수호 집회’를 열었던 조국 지지자들을 ‘좀비’에 빗댄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 등장하는 좀비들. 진중권 전 교수는 조국 전 장관 지지자들을 이들에 빗댔다./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 등장하는 좀비들. 진중권 전 교수는 조국 전 장관 지지자들을 이들에 빗댔다./넷플릭스
진 전 교수는 “그들(조국 지지자)이 그분의 말씀을 자손 대대로 볼 수 있도록 나라 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듯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목판에 새겨 경남 합천 해인사 옆에 있는 ‘전망사’(電網寺)에 모셔 놓았으니, 그것이 바로 지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에 있는 ‘조만대장경’이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활발하게 활동해온 트위터를 ‘전망사’에 빗대며, 조 장관의 각종 어록을 ‘조만대장경’으로 풍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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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조광조

 중앙일보 2020.03.25. 00:11

박진석 사회에디터

정암 조광조(1482~1519)는 다층적 매력의 소유자다. 그는 ‘동방 18현(賢)’에 꼽힐 정도로 일가를 이룬 해동(海東) 유학의 대가였다. 또한 학문적 성취를 바탕으로 요순시대의 도학(道學) 정치를 16세기 조선에 재현하고자 했던 이상주의자였다. ‘젊은 그들’과 함께 국왕의 칼이 돼 구태를 일소하려 했던 급진 개혁주의자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개혁 대상이던 훈구파 기득권층의 술수에 휘말려 짧은 전성기와 목숨을 함께 내려놓았다. 37세라는 향년은 그에게 ‘요절 신화’의 신비감까지 덧씌웠다. 드라마틱했던 일생을 소재로 무수히 많은 역사드라마가 만들어지면서 그는 500년 뒤의 후손들에게도 친숙한 인물이 됐다.


그런 그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의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출마의 변에 인용되면서 또다시 회자되고 있다. 황 전 국장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조광조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조선 시대 간신 윤원형에 비유하면서 조국 사태를 ‘검찰 쿠데타’로 규정했다. 조광조의 일생이 진보 진영에서 흠모하기 좋은 ‘롤모델’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젊은 개혁파’의 이미지가 크게 퇴색한 조 전 장관과의 비유는 적지 않은 이들을 실소하게 했다.

다만 조 전 장관과 조광조,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 안팎의 진보 세력과 500년 전 사림세력은 비교할 만한 구석이 없지 않다. 위인(爲人)이 아닌 약점의 측면에서다.


율곡 이이는 『동호문답』에서 “그는 애석하게도 출세가 너무 일러 치용(致用·실용)의 학문이 미처 대성하지 못한 상태였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 중에 충성스럽고 어진 이들이 많았던 만큼이나 유명세만을 좋아하는 자도 많았다. 게다가 주장이 너무 과격한 데다가 점진적이지 못해 격군(格君·임금의 마음을 바르게 함)으로 기본을 삼기보다는 헛되이 형식만을 앞세우는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주어를 조 전 장관과 주변 세력으로 치환해도 위화감이 없어 보인다. 물론 황 전 국장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애초부터 동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리한 비유의 목적이 친(親)조국당을 통한 입신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도 아슬아슬한 순번을 받은 걸 보면 혹 ‘유명세만을 좋아하는 자’로 분류된 건 아닌지 괜스레 걱정된다.


박진석 사회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