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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저우융캉과 컵라면

바람아님 2014. 1. 25. 16:45

(출처-조선일보 2013.12.23  안용현 베이징 특파원)


요즘 중국 정가의 최대 화두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처벌 여부다. 해외 중화권 매체는 물론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 등도 "저우융캉이 가택 연금 상태에서 조사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중화권 매체는 그가 보시라이(薄熙來·무기징역) 전 충칭시 서기와 공모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해치려 했다는 혐의까지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선 1949년 공산당이 집권한 이후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인사가 부패 혐의로 처벌된 사례가 없다. 일반 중국인이 이번 사건을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중국 관영 매체는 저우융캉 사건을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보도는커녕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인터넷에선 '저우융캉'이란 단어로는 검색도 안 된다. 그러나 웬만한 지식인은 저우융캉 사건의 내막을 해외 매체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다.

한 중국 기자는 "검색어에 그 비밀이 있다"고 했다. 웨이보 등에서 '저우융캉'이란 단어로는 글도 못 올리고 검색도 하지 못하자, 네티즌은 어느 순간 저우융캉을 대신하는 단어로 '캉스푸(康師傅·강사부)'를 쓰기 시작했다. 캉스푸는 중국의 대표적 식품 회사로 컵라면 등을 만든다. 저우융캉의 끝 자(字)와 캉스푸의 첫 자가 같은 데서 착안한 것이다. 중국 당국이 '캉스푸'에 대한 검열도 강화하자 이번에는 '팡볜몐(方便面·컵라면)'이 저우융캉을 뜻하는 단어로 등장했다. 캉스푸가 만드는 대표적 식품이 컵라면이기 때문이다. 저우융캉의 곱슬머리가 라면 면발을 연상시킨다는 점도 저우융캉이 졸지에 컵라면이 돼버린 이유라고 한다. 최근에는 '주쑤몐(煮素面·면을 삶다)'이 저우융캉으로 통한다. '저우융캉=면' '조사=삶다'는 의미로 연결된다.

중국 내에서 '인터넷 댓글 알바'는 우마오당(五毛黨)이라고 한다. 이들은 선전 당국의 지휘에 따라 공산당에 부정적인 글을 걸러내고,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댓글을 단다. 이들은 올리는 글 한 건당 5마오(약 87원·마오는 위안 아래의 중국 화폐 단위)를 받는다고 해서 '우마오당'이란 이름을 얻었다. 베이징에만 '우마오당'이 200만명 있다고 한다. 시진핑 지도부는 지난달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3중 전회)'에서 국내외 안보를 총괄하는 국가안전위원회 신설을 결정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이 기구가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처럼 국방·외교 등 대외 전략의 컨트롤타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중국 내 전문가들은 "국가안전위 업무는 국내 치안이 60~70%, 대외 전략이 30~40%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빈부 차, 민족 갈등 등 난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10월 베이징 심장부인 톈안먼(天安門)에서 발생한 위구르족의 차량 돌진 테러는 중국 지도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감시와 통제로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저우융캉이 순식간에 컵라면으로 변하는 세상을 '우마오당'으로 막기는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