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북중 국경 10만 대군 훈련..동북이 움직이면 역사가 움직인다

바람아님 2014. 1. 26. 21:00
중국 동북 3성은 러시아,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을 일컫습니다. 면적은 79만 제곱킬로미터로 중국 전체의 8.2%, 인구는 1억여 명으로 8.3%, 경제적인 비중은 9% 내외입니다. 무엇으로 봐도 중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분의 1이 안됩니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중국 최대의 광공업 지역으로 중국 경제의 대들보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눈부시게 발전한 동남부나 베이징 지역은 물론 현재 서부대개발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는 충칭, 시안과 비교해도 낙후 지역으로 전락했습니다. 동북 지역은 중국의 정치나 경제에서 과거나 현재나 중심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 지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동북이 움직이면 중국 역사, 아니 동아시아 역사가 요동을 쳤습니다.

1600년대 들어 여진족의 후예인 만주족이 누르하치의 통치 아래 돌연 강성해집니다. 동북을 통일합니다. 이후 몽고를 복속시키고 우리나라에도 두 번이나 쳐들어왔습니다. 잘 아시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입니다.

1644년 이자성의 난으로 명나라가 분열하며 흔들리는 기회를 잡아 산해관을 넘어 중원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300년 가까이 중국은 만주족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청조의 붕괴 이후 이 지역은 펑텐(지금 선양의 옛이름) 군벌인 장쭤린의 지배 아래 들어갑니다. 장쭤린은 마적 출신입니다. 한낱 도둑떼에 불과했지만 전략가와 리더로서의 천부적 자질을 바탕으로 1919년 동북을 손에 넣습니다. 이후 즈리파와 안후이파 군벌들과 연합하거나 투쟁하면서 급속히 세력을 키워갑니다. 그리고 1926년에는 베이징으로 진출해 '대원수'라는 칭호를 받고 중원을 호령하는 위치에까지 오릅니다. 모두 동북을 기반으로 이뤄낸 성과입니다.

그가 일본군의 공작으로 폭사한 뒤 아들인 장쉐량은 국민당 장제스와 손을 잡고 중국의 지배자가 됩니다. 장제스에 이어 명실상부한 2인자로 자리매김합니다. 역시 동북 세력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다만 시안사변(장제스를 감금하고 압박을 가해 제2 국공합작을 이뤄낸 사건)으로 권좌에서 축출된 뒤 평생 감금생활을 했습니다.

1945년 일본의 패망과 동시에 중국의 국민당과 공산당은 사실상 다시 내전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그 첫번째 대결 무대가 넓고 넓은 중국 가운데서도 동북 지역이었습니다. 당시 중국 민간에는 '동북을 취한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예언이 떠돌았습니다. 이 참요를 정말 믿어서였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실제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은 예하 최정예 병력을 경쟁적으로 동북에 집결시켰습니다.

개전 초에는 병력이 6배나 많은데다 미국의 지원까지 받은 국민당군이 당연히 우세했습니다. 공산당군의 에이스였던 총사령관 린뱌오조차 선양 등 도시를 모두 버리고 농촌으로 병력을 분산 배치한 뒤 유격전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민심을 얻은 공산당군이 전세를 역전시키는데는 1년이 조금 넘게 걸렸을 뿐입니다. 1947년부터 공산당군은 공세로 전환한 뒤 1년 반만에 동북 3성을 전부 장악했습니다. 그리고 동북 3성의 향방은 이후 국공 내전의 전체 승부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됐습니다. '동북의 주인이 천하를 얻을 것'이라던 민간의 예언이 실현된 것입니다.

그런 동북 3성을 관할하는 선양군구가 최근 무려 10만의 병력을 동원한 대규모 훈련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39집단군이 훈련의 중심에 있습니다. 39집단군은 1930년대부터 수많은 항일전쟁과 국공내전을 거친 홍군을 모태로 합니다. 한국 전쟁에도 참가해 개성까지 진출한 바 있습니다. 중국 최초로 기계화 부대로 업그레이드돼 수많은 중국군 가운데 넘버2의 전력을 자랑합니다. 보병 22개 사단에 기계화 사단 12개, 5개 항공 사단과 6개 장갑 여단, 17개 보병 여단 특수부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육군 전체 전력을 능가할 정도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물론 이번 훈련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종합 전술 훈련입니다. 우리의 혹한기 훈련도 겸하고 있습니다. 훈련 내용도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적인 공격과 방어 전술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중국군 분석가들은 그래서 이번 훈련이 북한의 급변 사태를 상정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39집단군이 공격 훈련을 위주로 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설명입니다. 기계화 부대로 신속 대응군의 성격이 강하다보니 공격 위주의 임무를 띌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 공격 방향이 러시아 국경일 수도, 천안문 사태 때와 같이 베이징 군구에 대한 지원일 수도 있고 북중 국경일 수도 있습니다. 연례 훈련의 특성상 특정 목표만을 상정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다만 10만이라는 병력 수는 통상 6~7만 명이 참여하던 예년의 훈련 규모와 비교해 이례적으로 많다고 지적합니다. 아울러 39집단군은 중국이 북한에 병력을 투입할 경우 최선봉에 서는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훈련이라도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북한 깊숙히 진출해 주민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함으로써 난민의 유입을 막거나 관리하는 목적도 분명히 포함돼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말에도 백두산 지역에서 39집단군 가운데 3천 명이 혹한기 훈련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육·해·공군 5천 병력이 합동으로 야간 상륙 훈련에 나선 바 있습니다. 눈에 띄게 자주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동북에서 대규모 군사적 움직임이 잦아지는 것은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합니다. 앞서 열거한 역사적 사례에서 보듯 동아시아의 운명을 요동치게 할 대사건이 다가오고 있다는 징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