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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프로세스 첫 걸음…남북관계 전기 마련

바람아님 2014. 2. 15. 11:02
악수하는 남북 수석대표
악수하는 남북 수석대표

14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2차 남북 당국간 고위급 접촉에서

우리측 수석대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악수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박근혜 정부 원칙 고수에 北 일단 물러서

"南 믿어본다"는 北요구 앞으로 본격화 예상

 

 

7년 만에 이뤄진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이 14일 3개항에 합의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아직 첫 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지만 오랜 냉각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우선

나온다.

이번 합의는 박근혜 정부와 북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이뤄진 의미 있는 사실상의 첫 합의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접촉은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서로 대리하는 청와대와 북한 국방위가 전면에 나서

벌인 '대리 탐색전' 성격이 짙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열린 이번 접촉에서 북한이 기존 입장을 후퇴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예정대로 실시'에 합의한 것은

지난해 개성공단 재가동 당시 보여줬던 박근혜 정부의 '원칙'이 이번에도 일단 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교적 포괄적인 내용의 합의가 이번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남북 모두 관계개선의 필요성이 있었던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고, 북한 역시 체제

안정과 경제난 해결 등을 위해 안정적인 대외환경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3개항의 합의 중 "남북은 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계속 협의하며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적극 노력하기

로 했으며, 상호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했다"는 3항이 주목된다.

이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나면 앞으로 남북 간에 본격적인 현안 협의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이날 군사훈련과 이산가족 상봉은 양립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후퇴하면서 "남쪽을 믿어보겠다"고 얘기한 것도 이를

염두에 뒀을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북한이 이번에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은 요구들을 다음 접촉 때부터 쏟아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에 대한 요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남북이 '상호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다시 갖기로 함에 따라 이르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난 뒤인 내달에는 고위급

접촉이 다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접촉 결과에 따라 분야별 후속 회담이나 아니면 더욱 높은 급의 당국회담이 이어지며 남북관계가 지금까지와 다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이 전반적으로 대화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며 "남북이 몇 가지 현안에서

신뢰를 구축하면 정상회담 문제까지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이번에 형식상 많이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에는 원하는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며 "남북이 이미

큰 틀에서 금강산관광 재개나 5·24조치 문제에 대해 교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진전의 흐름을 보이면서 정부가 목표한 대로 올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격 가동될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올해 북핵 불용인, 북핵 고도화 차단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속에서도 남북 당국 사이의 대화를 통해 상호 존중의

정신을 실천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점진적으로 추구해나가겠다는 뜻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격 가동되려면 남북관계의 상수로 작용해온 북핵 문제에 일정한 진전이 따라줘야 한다.

또 앞으로 남북 간 접촉 과정에서 민감성이 강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고 갈지도 서로에게

어려운 숙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