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부부관계 年45회 세계 최하위… 저출산 재앙 불러
일본의 중견기업 사원인 나카무라 유지(中村勇次·가명·45) 씨는 아내와 잠자리를 한 지 6개월이 넘었다. 그야말로 ‘섹스리스’다. 37세에 9세 연하인 부인과 결혼했는데 각자 편하다는 이유로 싱글 침대를 선택했다. 일본에서는 결혼 후 싱글 침대를 쓰는 부부 비율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만 어린 아내와 다투고 난 뒤에는 아내 침대로 건너가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자존심 때문이었다.
2009년 아이가 태어난 뒤부터는 별거 아닌 별거를 하게 됐다. 아이 우는 소리에 잠을 설치면 다음 날 회사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로 아내와 각방을 썼다. 그 후 생각이 나서 접근해도 아내 쪽에서 “피곤하다”며 거부하는 횟수가 늘었다. 자연스레 부부 관계는 ‘연례행사’가 돼 버렸다. 한국 근무 경험이 있는 나카무라 씨는 “한국처럼 결혼 후 무조건 더블 침대를 썼어야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일본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섹스리스
일본에서도 부부간 섹스리스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 못지않은 일중독 분위기로 부부들이 지쳐 있는 데다 여성 인권이 신장되면서 아내들이 남편이 주도하는 ‘제멋대로’식 섹스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가족계획협회 가족계획연구센터가 2012년 내놓은 ‘남녀 생활과 의식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부부의 41.3%가 ‘최근 1개월간 한 번도 섹스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2004년 첫 조사 때의 31.9%보다 10%포인트가량 늘었다. 연령별로는 35∼39세가 47%로 가장 높았고 30∼34세도 36%나 됐다. 섹스에 적극적인 자세가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남성은 ‘일에 지쳐서’(28%), 여성은 ‘귀찮아서’(2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출산 후 성관계를 끊었다’는 응답은 남성 18%, 여성 21%로 나왔다.
연구센터는 2008년 조사 때 섹스리스와 근로시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는 섹스리스 남성의 63%가 주 49시간 이상 일했다. 섹스리스가 아닌 남성이 주 49시간 이상 일하는 비율은 49%였다.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주 60시간 이상 노동이 ‘과로사 라인’이라면 주 49시간은 ‘섹스리스 라인’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섹스리스는 저출산으로 이어지면서 잠재성장률 저하, 복지 확대로 인한 세(稅)부담 증가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2012년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41이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어려운 현저히 낮은 수준이지만 일본 언론은 1996년 이후 16년 만에 1.4대를 회복했다고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2012년 일본 신생아 수는 103만101명으로 전년보다 1만3705명 줄었다. 반면 고령화 등으로 인해 사망자 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125만6254명으로 신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가 6년 연속 줄었다. 섹스리스 부부들의 문제가 전 세계의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두드러지는 특이한 현상이다. 1년 평균 성관계 횟수를 물어보는 조사에서도 부부 사이의 섹스가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글로벌 콘돔 기업인 듀렉스가 2005년 세계 41개국의 섹스 빈도를 조사한 결과 일본은 연 45회로 최하위였다. 1위 그리스(138회), 2위 프랑스(120회), 3위 영국(118회) 등에 비해 3분의 1 정도에 머물렀다. 한국 남성의 섹스 횟수도 연평균 65회에 그쳐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다.
섹스 기피를 신성모독처럼 여기는 프랑스
아시아권 국가는 부부간의 섹스리스에 대해 대체로 관대한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섹스리스는 중요한 이혼 사유가 되기도 하며 아내들은 결혼생활 중에 ‘성실한 결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남편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한다.
2011년 프랑스 니스에서는 모니크(47)라는 여인이 남편 장 루이(51)를 상대로 21년간 결혼생활에서 성생활을 자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었다. 이에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법원은 1만 유로(약 1460만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남편에게 손해배상금 지불을 명령한 것은 프랑스 민법에 근거해서다. 프랑스 민법에 따르면 부부는 ‘평생의 반려관계’를 존중해 성관계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식욕과 성욕을 지극히 ‘정상적인’ 본능으로 바라보는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의 혼외정사도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부부간에 섹스를 기피하는 것은 일종의 신성모독처럼 받아들여진다.
“부부간 협상으로 적정 수준 찾아야”
2011년 프랑스 공영방송 ‘France2’에서는 섹스를 기피하는 일본 청년세대를 뜻하는 ‘초식남(草食男)’과 섹스리스 부부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4000억∼5000억 엔대로 성장한 성인비디오(AV) 시장, 교복을 입은 사춘기 소녀의 나체 등 낯뜨거운 사진으로 가득한 성인잡지 등 각종 에로틱 문화가 나날이 번창하는 일본에서 왜 섹스리스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는지 서구인의 눈에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바로 이렇게 발달한 일본의 섹스산업이 섹스리스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간 AV에 노출된 젊은이들이 비디오나 잡지로 손쉽게 혼자서 해결하는 쪽을 선호하고 굳이 번거롭게 성행위에 탐닉하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피에르 콜 감독은 “일본에서 섹스는 터부(금기)가 아니다. 사라지는 것은 성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부부간의 관계”라고 말했다. 부부 관계를 위기에 빠뜨린 측은 주로 남성인 것으로 지목됐다. 급속하게 변하는 사회와 가정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남성들이 부부간 섹스리스에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이나 한국 등이 프랑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부부가 섹스를 하지 않으면서도 이혼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결국 이 나라들은 2050년이 되면 인구의 절반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도쿄=배극인 특파원
2009년 아이가 태어난 뒤부터는 별거 아닌 별거를 하게 됐다. 아이 우는 소리에 잠을 설치면 다음 날 회사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로 아내와 각방을 썼다. 그 후 생각이 나서 접근해도 아내 쪽에서 “피곤하다”며 거부하는 횟수가 늘었다. 자연스레 부부 관계는 ‘연례행사’가 돼 버렸다. 한국 근무 경험이 있는 나카무라 씨는 “한국처럼 결혼 후 무조건 더블 침대를 썼어야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일본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섹스리스
일본에서도 부부간 섹스리스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 못지않은 일중독 분위기로 부부들이 지쳐 있는 데다 여성 인권이 신장되면서 아내들이 남편이 주도하는 ‘제멋대로’식 섹스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가족계획협회 가족계획연구센터가 2012년 내놓은 ‘남녀 생활과 의식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부부의 41.3%가 ‘최근 1개월간 한 번도 섹스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2004년 첫 조사 때의 31.9%보다 10%포인트가량 늘었다. 연령별로는 35∼39세가 47%로 가장 높았고 30∼34세도 36%나 됐다. 섹스에 적극적인 자세가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남성은 ‘일에 지쳐서’(28%), 여성은 ‘귀찮아서’(2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출산 후 성관계를 끊었다’는 응답은 남성 18%, 여성 21%로 나왔다.
연구센터는 2008년 조사 때 섹스리스와 근로시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는 섹스리스 남성의 63%가 주 49시간 이상 일했다. 섹스리스가 아닌 남성이 주 49시간 이상 일하는 비율은 49%였다.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주 60시간 이상 노동이 ‘과로사 라인’이라면 주 49시간은 ‘섹스리스 라인’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섹스리스는 저출산으로 이어지면서 잠재성장률 저하, 복지 확대로 인한 세(稅)부담 증가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2012년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41이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어려운 현저히 낮은 수준이지만 일본 언론은 1996년 이후 16년 만에 1.4대를 회복했다고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2012년 일본 신생아 수는 103만101명으로 전년보다 1만3705명 줄었다. 반면 고령화 등으로 인해 사망자 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125만6254명으로 신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가 6년 연속 줄었다. 섹스리스 부부들의 문제가 전 세계의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두드러지는 특이한 현상이다. 1년 평균 성관계 횟수를 물어보는 조사에서도 부부 사이의 섹스가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글로벌 콘돔 기업인 듀렉스가 2005년 세계 41개국의 섹스 빈도를 조사한 결과 일본은 연 45회로 최하위였다. 1위 그리스(138회), 2위 프랑스(120회), 3위 영국(118회) 등에 비해 3분의 1 정도에 머물렀다. 한국 남성의 섹스 횟수도 연평균 65회에 그쳐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다.
섹스 기피를 신성모독처럼 여기는 프랑스
아시아권 국가는 부부간의 섹스리스에 대해 대체로 관대한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섹스리스는 중요한 이혼 사유가 되기도 하며 아내들은 결혼생활 중에 ‘성실한 결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남편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한다.
2011년 프랑스 니스에서는 모니크(47)라는 여인이 남편 장 루이(51)를 상대로 21년간 결혼생활에서 성생활을 자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었다. 이에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법원은 1만 유로(약 1460만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남편에게 손해배상금 지불을 명령한 것은 프랑스 민법에 근거해서다. 프랑스 민법에 따르면 부부는 ‘평생의 반려관계’를 존중해 성관계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식욕과 성욕을 지극히 ‘정상적인’ 본능으로 바라보는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의 혼외정사도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부부간에 섹스를 기피하는 것은 일종의 신성모독처럼 받아들여진다.
“부부간 협상으로 적정 수준 찾아야”
2011년 프랑스 공영방송 ‘France2’에서는 섹스를 기피하는 일본 청년세대를 뜻하는 ‘초식남(草食男)’과 섹스리스 부부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4000억∼5000억 엔대로 성장한 성인비디오(AV) 시장, 교복을 입은 사춘기 소녀의 나체 등 낯뜨거운 사진으로 가득한 성인잡지 등 각종 에로틱 문화가 나날이 번창하는 일본에서 왜 섹스리스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는지 서구인의 눈에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바로 이렇게 발달한 일본의 섹스산업이 섹스리스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간 AV에 노출된 젊은이들이 비디오나 잡지로 손쉽게 혼자서 해결하는 쪽을 선호하고 굳이 번거롭게 성행위에 탐닉하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피에르 콜 감독은 “일본에서 섹스는 터부(금기)가 아니다. 사라지는 것은 성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부부간의 관계”라고 말했다. 부부 관계를 위기에 빠뜨린 측은 주로 남성인 것으로 지목됐다. 급속하게 변하는 사회와 가정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남성들이 부부간 섹스리스에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이나 한국 등이 프랑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부부가 섹스를 하지 않으면서도 이혼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결국 이 나라들은 2050년이 되면 인구의 절반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도쿄=배극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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