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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팔라우] 신이 내린 마지막 바다정원

바람아님 2014. 3. 20. 11:19

팔라우는 ‘마지막 남은 지상 낙원’이라고 불릴 만큼 환상적인 바닷속 풍경을 가진 아름다운 섬이다. 덕분에 휴가를 즐기려는 여행객들로 연중 붐비는 곳이다.

적도 부근에 있는 팔라우는 괌, 필리핀 제도, 파푸아뉴기니 사이에 400마일 넘게 펼쳐져 있는 군도(群島)다. 총 350여 개 섬으로 이루어진 록 아일랜드이다. 열대해양성 기후로 보통 섭씨 21~38도이며 연평균 섭씨 27.2도다. 습도가 적으며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수많은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팔라우는 우리나라 거제도 크기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시차가 없고 비행시간이 4시간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가족 여행이나 신혼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얼마전까지는 직항편이 없어서 괌이나 필리핀을 경유해야 해서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2011년부터 팔라우에 주 2회 직항편이 생기면서 많은 여행객이 팔라우를 찾고 있다. 최근에는 가수 이효리·이상순 커플이 이곳으로 여행을 가 화제를 끌기도 했다.


  
▲ 남태평양에 있는 팔라우. 350여 개의 섬이 400마일 넘게 펼쳐진 군도로, 연평균 기온이 섭씨 27도인 상하의 지역이라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에스파냐의 식민지였던 필리핀과 가까워 1543년 이후 오랫동안 그 세력권에 속해 있었다. 1899년 독일이 아시아 진출 거점의 하나로 구입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후 일본에게 되팔아 일본이 지배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미군에게 점령되었다. 1947년 미국의 신탁통치령이 되었고 1986년 자치공화국을 거쳐 1994년 10월 완전 독립했다. 영어와 미크로네시아어를 사용하며 종교는 가톨릭 40%, 개신교 23%, 팔라우 토착종교 10% 등이다.

세계 최고 수중바다 여행지

남태평양 괌 서남쪽에 자리한 팔라우는 신비한 느낌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천상의 바다를 자아내는 특별한 여행지다.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바벨디웁이라는 큰 섬과 코롤이라는 작지만 중심이 되는 섬을 포함해 350여 개의 섬이 모여 있다. 이 작은 섬들은 대부분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무인도며, 섬 주위에는 광대한 환초대가 형성되어 있다.

개수만큼이나 다양한 모양을 한 섬들 사이를 누비는 선상관광과 함께 수백 개 다이빙 스폿은 세계 최고의 바다절경으로 스킨 스쿠버들을 유혹한다. 전문 다이버들이 주로 찾는 다이빙 포인트는 숙달되지 않은 일반 여행자들에게는 무리다. 하지만 크고 작은 돌섬들이 모여 있는 록 아일랜드지역 일대에서의 스노클링은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팔라우 수도인 코롤은 다른 나라 수도와 달리 마이크로네시아의 순수한 자연처럼 문명의 발길이 비켜간 듯한 평화로운 도시다. 팔라우 총인구 중 3분의 2가 코롤에 살고 있지만 이 나라 정부기관인 국회의사당, 대통령궁은 너무나 소박하다. 팔라우가 유엔 가입국 중 인구가 가장 적은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간다.

산골 작은 초등학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대통령 관저는 말이 궁이지 1층짜리 건물로 집무실이란 표현이 더 어울린다. 건물 내에는 전·현직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 2006년 10월 바벨디웁의 새로운 행정관으로 이전되어 현재 관광지로만 이용된다. 심지어 영부인은 길거리를 걷다 마주쳐서 악수하고 인사할 정도다. 말이 영부인이지, 시장의 평범한 아낙과 아무 차이가 없고 주민들도 동네 이웃 대하듯 한다.

  
▲ 낚시로 물고기를 잡아올린 팔라우 주민과 관광객.
팔라우 제3대 대통령 ‘기라켈 에피손’을 기념해 만들었다는 에피손 박물관은 갤러리풍이다. 팔라우의 전통적인 문화와 생활방식 그리고 역사와 관련된 흥미로운 전시물들로 가득해 여행객 발길을 머물게 한다. 또한 2003년 완공된 아쿠아리움은 팔라우 해양 생태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아름다운 산호, 해파리, 아네모네 피시 등 희귀한 바다 생물들을 접할 수 있다.

70여 개 섬이 35㎞에 걸쳐 펼쳐진 록 아일랜드는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바다 정원을 보여 준다. 특히 록 아일랜드에는 팔라우를 대표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에 나오는 세븐티 아일랜드가 있다. 호수처럼 잔잔하고 유리처럼 투명한 바닷속에는 형형색색 산호초와 열대어는 물론 제2차 세계대전의 상흔을 생생히 볼 수 있다. 일본군 수송선과 추락한 일본군 비행기 등 전쟁 잔해들이 아직도 바다에 녹슨 채 잠겨 있는 이색적인 곳이다.

록 아일랜드 지역 내 조그마한 석회암 섬인 엘 마르크섬 선착장에 도착해 가파른 바윗길을 따라 내려가면 태초의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원시 호수를 만나게 된다. 이 호수에는 섬 바깥 바닷물과 고립된 채 아주 오랫동안 서식하고 있는 수백만 마리 해파리가 살고 있어 일명 ‘해파리 호수’라고도 불린다.

1982년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TV 스페셜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이 호수는 형형색색 해파리 떼들이 유영하고 있어 이곳에서 즐기는 스노클링은 환상적인 체험을 제공해 준다. 햇살이 밝게 비치는 양지에 모여 서식하는 해파리들은 아주 오랫동안 이 호수에 고립되어 살아왔기 때문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바다 해파리처럼 쏘는 독성이 없어 사람이 만지거나 몸에 스쳐도 해가 없다고 한다. 이렇듯 팔라우는 바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환상의 섬이다.

  
▲ 맑은 대기 아래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진 팔라우 해변.
실제로 다이버들 사이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다이빙 포인트’로 뽑힐 정도로 유명하다. 1년 365일 푸른 바다가 파도 한 번 치지 않고 잔잔해 전 세계 다이버들의 로망이다. 다이빙 시 꼭 봐야 할, 그러나 보기 쉽지 않은 해양생물로 나폴레옹 피시와 바다거북이, 상어, 가오리가 있다. 나폴레옹 피시는 나폴레옹의 모자를 닮은 물고기로 성체는 길이 2m, 무게 200kg에 이른다. 특히 2~3월이면 세계에서 다이버들이 몰려들어 호텔 방이 모자랄 정도인데 이들은 3m에 이르는 만타가오리를 보기 위해 온다고 한다. 거대한 만타가오리 무리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온다. 더 장관인 것은 수백 명의 다이버들이 만타가오리 무리를 보기 위해 바다 밑바닥에 시커멓게 앉아 있는 모습이다. 이들이 내뿜는 공기방울이 물속을 가득 채우는 모습이 더 장관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팔라우 토착민들은 무속 종교로 만타가오리를 숭배한다. 그래서 절대 가오리를 먹지 않고 잡지 않는다고 한다. 가오리를 잡거나 먹으면 자신에게 재앙이 온다고 믿는다. 실수로 가오리를 죽이거나 먹게 되면, 반드시 무속인에게 가서 죄를 사죄하고 점을 보고 점괘에 따라 죄를 씻어내야 한다.

팔라우의 장점은 필리핀이나 다른 동남아에 비해 때가 덜 탔다는 것이다. 여기서 때란 환경의 청정도는 물론 주민들의 순박한 정도도 포함된다. 다만 특정 호텔을 벗어나면 우리나라 1970~1980년대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상황이라 불편이 따른다. 일부 호텔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호텔이라 할지라도 방에 물이 안 나온다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이곳에선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느림의 미학이 있는 곳이다.

  
▲ 팔라우 해안의 여인들.
팔라우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고맙게 생각하는데, 이는 1980~1990년대 한국 건설노동자들 덕분이다. 미군들이 철수할 때 키우던 개를 두고 갔는데 이 개들이 번식해 야생개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고 주민들을 위협해 골칫거리였다. 이 개들을 한국 건설노동자들이 잡아 보신탕으로 먹어 야생개 숫자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죽음의 징용지 팔라우

이곳 수도 코롤에는 섬과 섬을 이은 다리가 있는데 바다에 돌을 넣어 만든 다리다. 이 다리를 팔라우 사람들은 ‘아이고 다리’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왔던 한국인들이 낮에 노동을 하고 밤이면 몸이 아파서 “아이고, 아이고”하는 소리가 진동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고 다리가 됐다고 한다. 팔라우에 이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많다.

일본은 팔라우를 남태평양의 전진기지로 삼으려 했고 많은 한국인 강제징용자들을 끌고 와 노동을 시켰다. 일제 강점기에 매년 징용했는데 1944년 한 해에만 경북 영덕·군위, 전남 광양·순천·보성·고흥·구례에서 334명을 징용해 28명은 수송선 침몰로 죽고 123명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목숨을 잃어 총 151명이 사망했다. 동원된 징용자들은 임금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 팔라우의 맑은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관광객들.
그중에는 강제 징용된 한국인 위안부 여성들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고령의 팔라우 주민들은 “조선인 위안부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태평양전쟁의 격전지였던 이곳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위안부는 몇 명이나 될까. 오랫동안 위안부 문제를 연구해 온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이 팔라우에 남양청을 두고, 남양군도에서 위안소 행정관리를 관장한 데다 일본군이 전선을 확대하면서 조선인 위안부를 대규모로 동원했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그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이 내린 마지막 바다정원이라 불리는 팔라우, 그 속에는 경이로운 아름다움과 선조들의 피 맺힌 눈물이 동시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