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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풀어주세요" "오바마에게 말하마" .. 교황의 귓속말 뒤 소녀 기적 이뤄지다

바람아님 2014. 3. 31. 10:14
"제발 도와주세요. 아빠가 추방될지도 몰라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도움을 간청한 10세 소녀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저지 바르가스는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의 딸이다. 소녀의 가족이 어려움에 처한 건 지난해 9월. 가장인 마리오 바르가스-로페즈(43)가 음주운전으로 체포되면서다. 그는 테네시주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캘리포니아에 있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고 있었다. 불법 이민자 처지라 운전면허증도 없었던 그는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를 앞뒀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추방 절차였다. 추방이 결정되면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나머지 가족들과는 헤어져야 한다.

 저지의 가족을 돕기 위해 캘리포니아주의 이민자 권리를 옹호하는 시민단체가 나섰다. 이 단체는 로스앤젤레스의 호세 H 고메즈 대주교와 저지의 만남을 주선하고 바티칸으로의 여정도 계획했다.

 저지가 시민단체와 함께 바티칸으로 떠난 건 지난 20일. 마침내 26일 소녀는 교황을 만났다(왼쪽 사진). 매주 수요일 바티칸 광장에서 열리는 교황의 설교가 끝난 뒤였다. 로스앤젤레스 교구 측이 좋은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배려한 덕에 저지는 수만 명의 인파 사이에서 교황과 대화할 틈을 얻었다. 이후 '바티칸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저지는 교황을 만난 순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먼저 도와달라고 말했어요. 아빠가 추방될지도 모른다고. 그랬더니 교황이 '어디서 왔니'라고 물었어요. '미국'이라고 답하고 많은 아이가 이런 상황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얘기했어요. 교황은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 축복을 빌어 줬어요. 그리고 내 귀에 대고 '내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단다'라고 답했죠."

 마침 이날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만남이 이뤄지기 하루 전이었다. 교황청에 따르면 27일 교황과 오바마 대통령이 만난 자리에선 이민 개혁 문제도 논의됐다(가운데).

 저지의 바람대로 28일 마리오 바르가스-로페즈는 석방돼 가족과 재회했다(오른쪽). TV에서 저지가 교황을 만나는 장면을 본 친척들이 보석금 5000달러를 모아 준 덕분이었다.

 외신을 통해 소녀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미국 이민국은 "마리오 바르가스-로페즈의 석방은 교황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20일 이미 보석 허가가 났지만 5000달러를 납부하지 못해 석방이 늦춰졌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통상적인 절차를 통해 석방됐다"고 덧붙였다.

 일단 석방된 마리오 바르가스-로페즈가 향후 재판에서 어떤 판결을 받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그의 변호인은 "그가 16세 때부터 미국에 살았고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으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취업허가와 사회보장번호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