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房/自作詩와 에세이

나이가 들었나 보다.....

바람아님 2014. 3. 31. 11:50

 

 

 


나이가 들었나 보다..... 

                                                              심 구(芯 九)

 

금년들어 새해 벽두부터 갑자기 감기에 걸려 골골하며 새해를 시작했다.

내딴에는 금연도 시작하고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으려 했는데 큰 문제에 봉착했다.

쉽게 나을것이라 생각했는데 체력이 바닥이 났는지 급기야 폐렴으로 진행이 되어

1~2월을 고생하고 바람이라도 쐬일 요량으로 삼월초 남쪽으로부터 들려오는

노루귀를 볼까하여 구름산군락지를 찾았는데 두터운 낙엽 이불을 헤치고 꽃대가

몇그루 올라와 있었다.

 

아직은 아무도 다녀가지 않아 낙엽속에 조용히 솜털을 나부끼며 안녕하고 인사를 한다.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던가 그러나 아직은 조금더 기다려야 할것 같아 수일내 다시 오기로

하고 그날의 등산을 마쳤다. 그약속은 까맣게 잊고 여기저기 수목원 온실을 찾아 다니고,

몰래 감춰둔 나만의 동산을 찾아 또 다른 노루귀와 노느라 20여일이 지난 어느날 같이

사진을 찍으며 취미생활을하는 친구로 부터 구름산 노루귀 군락지에 있다며

활짝 만개한 노루귀 소식을 전해 왔다.

 

그제서야 잊었던 구름산 노루귀와의 해후약속이 생각나 다음날 오후 구름산으로 향했다.

평소 같으면 광명보건소앞에서 산을 올랐을 텐데 마음이 급해 조금더 내려가 가리대

사거리에서 올라갔다. 숨을 헐떡이며 군락지에 도착해 보니 평일인데도 몇사람이 진을치고

앉아 마치 스튜디오처럼 우산으로 빛과 바람을 조절하며 온통 주변의 낙엽을 다 거둬냈다.

눈쌀이 찌푸려졌지만 아무말 못하고 내려가 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 갔는지

사방팔방으로 길이 나고 누루귀가 있는곳은 영락없이 낙엽이 벗겨지고 시커먼 흙의 속살을

들어내고 있었다.

낙엽은 거센바람으로부터 꽃대를 보호해주고 비라도 뿌리면 흙이 파헤쳐지는걸 방지해

주는데 이렇게 속살을 훤히 내 보이도록 낙엽을 거둬 냈으니 이게 어디 진사들이 할짓인가?

나는 가급적 낙엽이 보존되어 있는 곳을 찾아 여기 저기 업드려 쏴를 하며 숨어 있는

노루귀들과 열심히 인사를 하며 낙엽속에 몸을 내맡기다 보니 벌써 해가 기운다.

 

노루귀 촬영을 마치고 비로서 주변을 둘러 보니 생강나무의 노란꽃이 지천이다. 생강나무꽃을

몇컷 찍고 쉼터에 앉아 간식을 먹는데 난장이 제비꽃과 난장이 현호색도 어느새 꽃대를

세우고 꽃을 피웠다. 이름 모르는 나무의 하얀꽃도눈에 들어온다. 해지기전에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고 뭔가 이룬것 같은 뿌듯한 마음으로 산을 내려와 뻐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7시가 다 돼간다.

아파트 출입문을 열려고 가방에 넣어둔 핸드폰을 찾으니 없다.

내가 집에서 안가지고 나왔나 하여 인터폰으로 문을열고 집에와 찾으니 없다.

아뿔사 산에서 업드려 쏴할때 빠진것 같다. 벌써 해는 졌는데 어디에 가서 찾을수 있단 말인가?

난감하다 낙엽이 많아 떨어 졌다해도 낙엽속에 묻쳤을텐데... 후레쉬와 다른핸드폰을 갖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구름산으로 향했다.

 

산에 도착하니 인적하나 없고 도시의 환한 불빛만이 멀리서 반짝인다. 이렇게 어두운데 어떻게 찾지,

믿는건 내 핸드폰이 울리는것 뿐이다. 그것도 충전이 잘되어 있을때 말이다. 그러다 보니 충전을

많이 했는지 않했는지도 확실치 않다. 일단 내가 낮에 돌았던 코스를 돌며 계속해서 신호를 보냈다.

1차 군락지를 거쳐 2차군락지를 돌아야 하는데 2차군락지는 오는길에 보기로 하고 난장이 제비꽃과

난장이 현호색을 찍던 먼곳부터 뒤졌다. 아무런 신호가 들리지 않는다.

허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 2차 군락지를 찾아 길도 없는곳을 후레쉬를 비쳐가며 내려 가는데

어디선가 핸드폰 신호음이 울리는 것 같다. 갑자기 심장이 뛰고 숨이 멎을것 같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 봐도 좀처럼 위치를 알수가 없어 조금더 내려 오는데 점점 소리가 커진다 가까운곳에 있다.

그렇다 아까 낮에 올라 오면서 노루귀를 찍던곳 낙엽밑으로 흐미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낙엽을

들춰 보니 그곳 낙엽밑에 엎어져 나를 부르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않은가? 아! 기적이다.

이 너른 산에서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고 캄캄한 어둠속에서 핸드폰을 찾다니.....

 

어둠속에서도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부주의한 내 행동을 자책하며 이젠 나도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그렇게 집으로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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