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房/自作詩와 에세이

어머니 내 어머니.....

바람아님 2014. 7. 8. 20:55

 

 

 

   

  

 어머니 내 어머니.....
 

  날만새면 산으로 들로 돌아 다니니 아마도 역마살이 끼었나 보다.
  뒤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샌다고 핸드폰으로 사진찍는 재미에 푹빠진게 작년 삼월, 밤늦게까지 찍어온 사진을 컴에 올려

  놓고 혼자 키득키득 웃는 나를 본 딸아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어느날 똑딱이를 하나 사들고 왔다.
  좋은 카메라는 몇백만원씩 하니 당장은 살수 없고 아무렇게나 찍어도 잘 나오니 이 똑딱이로 연습 하란다.

  공연한 일을 했구나 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흐믓햇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폰카에서 똑딱이로 한계단 상승 했으니..... 

  그때부터 똑딱이를 들고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찍고 또 찍었다.
  그러던중 언제 부턴가는 욕심도 생겨 났다. 그래 똑딱이라고 좋은 사진 못찍는다는 법이 어디 있나. 기계가 부실하면

  기술로 극복해야지 이렇게 마음 먹고 딴에는 열심히 구도도 잡아 보고 노출도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했지만 좋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닌말로 폰카로 찍은거나 똑딱이로 찍은거나 그게 그거였다.


 

  오늘도 예외 없이후딱 점심을 해치우고 집을 나섰다.
  그러데 이거 난감하다 집을 나오긴 했는데 갈만한 곳이 없다.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끼~익 하고 뻐스가 한대선다.
  연꽃마을 가는 520번 뻐스다. 그래 지금쯤 들녘은 모두 추수가 끝나고 황량한 들판으로 남아 있을게다. 그리고

  연꽃테마파크도 궁굼하고 얼른 집어타고 주변을 살피니 역시 오늘도 승객은 나하고 저 끝자리에 앉은 청년이 전부였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게 승객이 없어도 유지 할수 있는 걸까? 하고 생각하는사이 시흥 은행동 근처에서 왁자

  지껄 떠들며 한무리의 할머니들이 올라 탔다.
  할머니들은 뻐스안에서도 연신 서로 뭐라뭐라 얘기를 하는 바람에 마치시장 바닥 같다. 이버스는 시흥 연꽃 마을을

  출발해서 내가 살고 있는 천왕역에서 회차하는 뻐스로 승객이 없다 보니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또한

  노선이 시골마을을 돌고 돌아 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승객이 시골 사람들로 운전기사도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낼정도다.

 

  그 소란속에서 한 할머니가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응, 나여 우리 지금 520번 뻐스를 탓으니까 신천 시장앞에서 이차를 타." 


  상대방이 알아 들었는지 금방 전화를 끊고 일상적인 얘기를 계속 이어 나간다.
  뻐스가 시장앞 정류장 가까이 가자 모두들 밖을 내다 보며 기다리는 다른 할머니를 눈으로 찾고 있다.
  몇사람이 내리고 오른다. 그런데 기다리는 할머니 모습이 안보인다.
  아까 그 할머니가 다시 핸드폰을 꺼내들고 전화를 한다. 


  "아니 뻐스 정거장에서 타라니까 어떻게 된거여, 정거장에 안보이던데...."
  아마도 전화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다른 뻐스를 타고 간다고 했나 보다.
  "지랄하네 기다리라고 했더니 벌써 간거여" 하며 전화를 끝는다.
  그러는 사이 뻐스는 양우재를 넘어 한덕제지앞에 서고 할머니들은 우르르 내렸다. 
  대충 할머니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한 할머니의 고향이 이곳인데 김장용 배추를 보려고 배추밭을 찾아 가는 길이 었다.

  아마도 몇명을 데려오면 얼마만큼의 배추를 공짜로 준다고 했는데  그공짜 배추를 똑같이 나눠 갖기로 한 모양이다.
  그렇게 내리고 나니 뻐스안은 대여섯명만 덩그란히 남는다. 


  지금은 참 세상 좋아졌다. 배추도 속이 노랗게 꽉차고 경우에 따라서는 절인배추까지 있으니 김장하는데 하나도 어려

  운게 없을 뿐더러 사시사철 언제라도 사서먹을수 있어 굳이 제철에 김장을 할 필요도 없다.
  60년대 농촌에서는 배추를 살곳도 없고 잘됐던 잘못됐던 밭 한귀퉁이에 배추를 키워 그것으로 김장을 했는데 아무리

  잘 키우려해도 여간해서 속이 잘 차지 않는 헐렁한 배추를 가지고 김장을 했다.또한 다른 모든 농사일을 끝내고 김장을

  하기 때문에 한참추운 12월에나 김장을 하는데 식구가 워낙 많아 커다란 독으로 3개씩이나 한다.  어려운 시절이라

  어머니는 소금을 아끼려고 조금만 넣으므로 찬 날씨와 저염으로 배추가 잘 절여지지 않는다. 어머니는 밤새며 배추를

  뒤집고 소금물을 솥에 넣고 데워서 붙는일을 반복 하느라 한잠도 못잔다.

  또 너무 절여지면 않되므로 새벽 같이 냇가로 가져가 손을 호호 불며 배추를 씻었다. 


  어느해인가 그해는 몹씨추워 배추 씻으며 치마단이 물에 젖어 얼어 붙어 걸을때마다  어석어석 소리가 났다.

  어머니는 배추를 씻다말고 몇 않되는 노란 배추속을 뜯어 멀뚱이 앉아 있는 내게 내민다. 양념도 안한 절이기만한 배추

  인데도 입안에서 아삭아삭 씹히는 배추맛이 그렇게 맛있을수 없었다.  


  아! 그립고 보고싶은 어머니.....오늘따라 가슴저리게 보고싶어 진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하여 뻐스 멈추는 소리에 생각까지도 훌훌털고 뻐스에서 내렸다. 똑딱이를 손에 잡은채.....

                                                                                                  

[2013년 11월 12일 시흥가는 뻐스에서......심 구(芯 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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