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한 폭의 유화인줄 알았다. 그런데 사진이라고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진이 맞다. 사람과 사물과 배경에 작가가 그림을 그린 뒤 사진을 찍은 것이다. 유현미의 ‘아라’다.
작가는 사진을 찍기 전에 사물의 표면에 붓질을 더했다. 사람과 사물의 표면에 본래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물성(物性) 대신 작가 자신의 감성과 숨결을 한겹 씌웠다. 피사체를 그대로 드러내는 사진의 속성으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작품은 사진이면서 그림이고 또한 설치미술이기도 하다. 본래 예술가는 경계를 허물어 나간다. 작가는 2차원의 회화를 3차원 공간에 적용한 뒤 사진이라는 메커니즘 속으로 불러들였다. 회화와 조각과 사진의 경계를 짜릿하게 넘나들고 있다.
신경훈 편집위원 nicerpeter@hankyung.com
'文學,藝術 > 사진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이 있는 아침] 어우러지되 '나'를 잃지 않기를 … (0) | 2014.04.05 |
---|---|
[사진이 있는 아침] 마그리트 미술관의 마그리트 가림막 (0) | 2014.04.04 |
[사진이 있는 아침] 시든 연꽃과 반짝이는 씨앗 (0) | 2014.04.02 |
인문의 향연-상상하려면 아이처럼 질문하라 (0) | 2014.03.31 |
신수진의 사진읽기- 모두가 答이라고 말하는 곳엔 答이 없다 (0) | 2014.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