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연못에 연꽃과 연밥이 있다. 사진가 한영희는 초라하게 말라버린 연꽃에 초점을 맞췄다. 저무는 태양 아래 연꽃은 아름답게 피었던 여름날을 그리워하듯 붉게 빛났다.
흙탕물에서도 맑게 자라고 주변을 향기로 가득 채우는 연꽃은 ‘사람이 갖춰야 할 자세 열 가지를 지닌 꽃’으로 불린다. 그런 연꽃도 계절이 바뀌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못하고 사라져 간다.
하지만 사진 속 마른 연밥엔 씨들이 숨어 있다. 연의 씨앗은 생명력이 강해 1000년 뒤에도 싹을 틔운다고 한다. 작가는 시든 연꽃과 그 씨앗이 석양에 반짝이는 모습을 한 앵글에 담았다. 생명의 안타까운 소멸과 소생의 희망이 찬란하게 교차하는 순간이다.
신경훈 편집위원 nicer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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