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묻는 습관이 思考 유연성 길러…
통쾌한 반전 日 스기모토 촬영작도 "사진이 영화 품을까?" 自問서 나와
창의과 상상력이 미덕인 시대다. 아이들 교육은 물론이고 어른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창의적인 소통과 상상은 중요한 과제가 되
었다. 그런데 정작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창의적으로 찾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창의적인 교육을 한다는 학원에 보내는 것 말고는 별다른 해법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생존의 정글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이 스스로의 생각을 유연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신체 유연성을 위해서 꾸준한 스트레칭이 필요하듯이, 사고가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질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세상을 알 만큼 알았으니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대로 밀고 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즉 질문을 멈추는 순간부터 우리는 살아있는 화석(化石)이나 다름없다. 또한 타인으로부터 주어지는 질문에 답을 찾아주는 것은 숙제일 뿐이므로, 나 자신에게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질문을 순수하게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창의적 상상력을 주특기로 살아가는 예술가에게도 사고의 유연성은 아이처럼 질문을 이어가는 습관으로부터 나온다.
일본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사진작가로 꼽히는 스기모토 히로시(Sugimoto Hiroshi· 1948~ )의 모든 작업의 시작에는 질문이 있다. 그의 작품은 지난 40여년간 꾸준히 새로운 소재와 표현 기법을 추구하며 변모해 왔는데 그 비결은 자신과의 대화, 즉 내성적(內省的) 사고에서 비롯된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 것이었다. '극장(Theater)' 연작은 "한 편의 영화를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스기모토는 카메라를 객석 뒤편에 설치하고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셔터를 열어두었다. 스크린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두 시간 정도의 장시간 노출로 촬영한 사진 속에는 복잡한 영화의 장면은 보이지 않고 빛이 축적되어 눈부시게 빛나는 스크린만 남았다.
- 스기모토 히로시, 샘 에릭, 펜실베이니아, 1978.
- /리움미술관 제공
카메라는 빛을 축적할 수 있지만 인간의 눈은 그렇지 않다. 만약 인간의 시(視)세포가 빛을 축적했더라면, 마치 포르투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조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시야에 가득 하얗게 눈부신 세상을 보게 되며 시력을 잃게 된 것처럼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장님이 되고 말 것이다. 두 시간 동안 상영되는 영화를 한 장의 사진에 담으려는 스기모토의 질문은 극장 안에 함께 있었던 관객들은 물론이고 작가 자신조차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장면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작가가 취한 사진 기술은 사실 그리 특별할 것이 없다. 그저 오랫동안 셔터를 열어놓고 기다린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단순한 질문에서 비롯된 이 작품은 움직이는 것을 사라지게 하였고, 그리하여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다. 천장과 벽면의 장식, 객석의 배열, 스크린 주변의 요소들은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을 것들이지만, 남긴 사진 속에서 아름다운 주인공이 되었다. 중심과 주변, 주체와 객체를 역전시키는 통쾌한 힘을 발휘하기에 순수하고 명료한 질문 하나면 충분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