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착한 욕망

바람아님 2014. 4. 5. 21:17

케이스 판 동언, 천사장의 탱고, 1923∼35년.
미국의 인지신경과학자인 ‘오기 오가스’와 ‘사이 가담’의 연구에 따르면, 남자의 뇌는 여자의 뇌보다 시각적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남자들이 야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고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케이스 판 동언은 섹시한 이미지에 열광하는 남자의 본성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양복을 입은 남자천사가 벌거벗은 여자와 구름 위에서 황홀경에 빠져 탱고를 추는 야한 그림을 그렸겠는가. 남자는 천사의 우두머리인 천사장이고 여자는 환락가의 댄서다. ‘착한 남자-나쁜 여자’ 공식을 드러내는 이 그림은 화가의 여성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20세기 초반 유럽 미술에서는 여자를 성적 대상물로 표현한 그림들이 창작되었다. 케이스 판 동언은 대담하고도 강렬한 색채로 성욕을 자극하는 여자들을 화폭에 표현한 대표적인 화가다. 그가 아름다운 여체를 빌려 남자의 은밀한 욕망을 표현한 의도는 무엇일까?

성욕은 인간 감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남자가 여자를 성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성욕을 삶의 에너지로 활용했던 케이스 판 동언의 그림은 철학자 말렉 슈벨의 ‘욕망에 대하여’에 나오는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이 세상에는 자신을 풍요롭게 하는 착한 욕망이 있는 반면 또 다른 욕망을 갈망케 하여 착한 욕망을 축소시키거나 파괴하는 나쁜 욕망이 있다. … 욕망의 과잉이나 무분별한 쾌락은 정열을 망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므로 최상의 욕망은 제어된 욕망이고 좋은 욕망은 절제된 욕망이다.’

욕망에서 해방되는 방법을 알게 되었지만 문제는 실천하기가 너무도 어렵다는 것.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