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성이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윤곽이 흐릿하지만 알 수 없는 신비로운 기운이 프레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진작가 천경우가 피사체를 장시간 노출로 촬영한 ‘Versus’ 시리즈의 하나다. 작가는 인물들이 수십 분 동안 저런 자세로 있는 모습을 한 앵글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은 우리가 현실에선 눈으로 볼 수 없는 모습을 드러낸다. 두 사람이 나눴던 슬픔과 기쁨, 그리고 수많은 작은 몸짓과 표정들이 하나로 겹쳐져 있다. 복잡한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한 순간에 드러낼 수 있으랴. 작가는 시간의 흐름을 한 앵글에 담아 수많은 이야기로 꾸며진 우리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신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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