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스티브 매커리는 파키스탄의 아프간 난민촌을 며칠째 헤매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무엇에 이끌리듯 붉은 숄을 걸친 초록 눈동자의 소녀를 발견했다. 매커리는 숨을 죽인 채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13세 소녀의 잔뜩 겁먹은 눈동자는 아프간 난민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 사진은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에 실렸고, 세상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후로 매커리는 ‘영혼을 담는 사진가’란 별칭을 얻게 됐다.
17년의 세월이 흐른 뒤 매커리는 그 소녀를 다시 찾아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서른 살이 된 소녀를 다시 만나는 데 성공했다. 고단한 삶이 그녀의 모습을 많이 바꿔 버렸지만, 예전의 겁먹은 초록 눈동자는 그대로였다.
신경훈 편집위원
'文學,藝術 > 사진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이 있는 아침] 인형의 집에선 카메론 디아즈도 불청객 (0) | 2014.04.15 |
---|---|
[사진이 있는 아침] 빨간 고무물통 타고 간 엄마의 고향 (0) | 2014.04.14 |
[사진이 있는 아침] 익숙한 풍경이 낯선 설렘으로 (0) | 2014.04.12 |
[사진이 있는 아침] 시간을 붙들다 (0) | 2014.04.11 |
[사진이 있는 아침] 멈춘 바다와 휘도는 구름 (0) | 2014.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