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올인한 아베… 일본 정권의 안보 베팅
미, 중·일 관계 절반이라도 한·일 문제에 무게 실어야
미국 국방장관과 중국 국방부장의 베이징 기자회견은 살벌했다. 건성 악수에 악문 입과 잔뜩 힘이 들어간 두 사람 눈초리엔 적의(敵意)가 흥건했다. 오가는 말은 더 험악했다.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미리 단단히 작정한 모양새였다. "중국과 일본이 충돌하면 미국은 일본을 보호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댜오위다오(일본명·센카쿠 열도) 해역에서 양국이 충돌할 경우 미국이 취할 태도를 사전 공시(公示)한 것이다.
창완취안(常萬全) 중 국방부장도 "중국은 필요하다면 영토 수호를 위해 군대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받아쳤다. 중국 관영(官營)신문들은 창 부장의 발언이라며 "중국은 영토 문제에 대해 타협·양보·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군은 전쟁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도 했다.
마주 보며 으르렁대는 사자와 호랑이가 따로 없었다. 국익을 놓고 대치한 두 사람이 사자고 호랑이였다. 덩치가 크나 작으나 초식(草食)동물은 먼 데서 울리는 맹수의 울부짖음에 가슴 먼저 철렁하고 발목부터 꺾인다. 육식동물은 다르다. 자칼이나 하이에나처럼 작은 짐승들도 사자가 사냥하는 주위를 맴돌며 위험을 무릅쓴다. 사자 잔칫상 다음의 상(床)물림이 실팍하다는 걸 본능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정치는 정글의 세계다. 장기적 손익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지만 단기 배당(配當)은 우선적으로 육식 체질 국가에 돌아간다. 최근 일본한테선 육식동물의 민첩한 계산력이 느껴진다.
베이징 미·중 국방장관 회담 이후 도쿄는 한시름 덜었다는 분위기다. 지난 10여년 일본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었던 발등의 불이 센카쿠열도에 대한 중국 도전이었다. 사실은 중국 도전보다 동맹국 미국의 애매한 태도에 더 속을 끓였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오락가락했다. 실제 미국은 세계 문제를 함께 논의할 상대인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전략에서 최대 우군(友軍)인 일본 사이에서 자주 망설였다. 베이징 미·중 국방장관회담에서 미국은 이런 망설임을 확실하게 벗어던졌다. 중국 앞에서 일본 손을 확실하게 들어줌으로써 중·일 충돌로 빚어질지 모를 더 심각한 개입(介入)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나섰다.
얼마 전 케리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센카쿠 영유권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이 섬들이 일본의 행정 관할 아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했다. 중국이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을 무력시위 형태로 주장할 경우, 미·일 안보조약 당사국으로서 사태에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公式化)한 것이다. 일본이 가슴을 쓸어내릴 만하다.
미국이 큰맘 먹고 일본에 한턱 쓴 것도 아니고 일본이 거저 횡재(橫財)한 것도 아니다. 국제관계엔 까닭 없이 베푸는 선심(善心)도 없고, 땀 흘리지 않고 벌어들이는 불로소득(不勞所得)도 없다. 돌아보면 아베 정권 등장 이후 일본은 미국이 긁어달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미국의 가려운 등을 긁어줬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요구는 오래전에 접었고, 동북아 유사시(有事時) 미군을 지원할 수 있도록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물꼬를 트고, 북한과 중국을 가상(假想) 타깃으로 한 전역 미사일 방어체제(MD)에선 미국 다음의 2대 주주(株主)로 부담을 떠안았다. 미국만 바라보고 미국에 올인(All in)한 셈이다.
한국·미국·일본은 미국이란 공동의 동맹국을 가운데 두고 어깨동무하고 있는 사이다. 멀리하면 사돈의 사돈만도 못하고 가깝게 하면 서로 의지가 되는 '동맹국의 동맹국'이다. 미국은 지난 몇 년 동안 일본이 왼손은 미국 어깨 위에 올려놓고 자유로운 오른손으론 한국의 벨트 아래를 수시로 불법 가격(加擊)하는 장면을 훤히 보아왔다. 역사교과서·독도·전시(戰時)성노예 동원·야스쿠니 신사 전범(戰犯)참배 문제로 계절마다 메뉴도 달라졌다.
미국이 간간이 그런 일본을 만류한 건 사실이다. 정말 미국의 발언과 행동에 진심과 무게가 실렸더라면 일본이 저렇게 들은체만체 할 수 있었겠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일본이 미국의 무관심에 대한 한국 국민의 섭섭함을 일부러 부추겨 한국을 중국 쪽으로 떠밀겠다는 건가 하고 의심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가 됐다.
한국은 핵무기에서 무인(無人) 정찰기까지 위태로운 행동만 골라 하는 북한을 상대하고 있다. 그런 입장에선 중국의 북한에 대한 지렛대 역할에 무심하기 힘들다. 미국은 지금 미국에 올인하는 일본과 그럴 처지가 아닌 한국을 같은 저울에 올려놓고 무게를 달고 있는 것일까. 헤이글 국방장관과 케리 국무장관의 센카쿠열도 문제에 대한 발언에 담긴 무게의 절반만 실린 미국의 의사표명만 나왔어도 한·일 문제의 돌파구는 진작 열렸을 터이다. 한국 국민은 그런 눈길로 다가오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을 지켜볼 것이다.
창완취안(常萬全) 중 국방부장도 "중국은 필요하다면 영토 수호를 위해 군대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받아쳤다. 중국 관영(官營)신문들은 창 부장의 발언이라며 "중국은 영토 문제에 대해 타협·양보·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군은 전쟁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도 했다.
마주 보며 으르렁대는 사자와 호랑이가 따로 없었다. 국익을 놓고 대치한 두 사람이 사자고 호랑이였다. 덩치가 크나 작으나 초식(草食)동물은 먼 데서 울리는 맹수의 울부짖음에 가슴 먼저 철렁하고 발목부터 꺾인다. 육식동물은 다르다. 자칼이나 하이에나처럼 작은 짐승들도 사자가 사냥하는 주위를 맴돌며 위험을 무릅쓴다. 사자 잔칫상 다음의 상(床)물림이 실팍하다는 걸 본능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정치는 정글의 세계다. 장기적 손익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지만 단기 배당(配當)은 우선적으로 육식 체질 국가에 돌아간다. 최근 일본한테선 육식동물의 민첩한 계산력이 느껴진다.
베이징 미·중 국방장관 회담 이후 도쿄는 한시름 덜었다는 분위기다. 지난 10여년 일본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었던 발등의 불이 센카쿠열도에 대한 중국 도전이었다. 사실은 중국 도전보다 동맹국 미국의 애매한 태도에 더 속을 끓였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오락가락했다. 실제 미국은 세계 문제를 함께 논의할 상대인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전략에서 최대 우군(友軍)인 일본 사이에서 자주 망설였다. 베이징 미·중 국방장관회담에서 미국은 이런 망설임을 확실하게 벗어던졌다. 중국 앞에서 일본 손을 확실하게 들어줌으로써 중·일 충돌로 빚어질지 모를 더 심각한 개입(介入)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나섰다.
얼마 전 케리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센카쿠 영유권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이 섬들이 일본의 행정 관할 아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했다. 중국이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을 무력시위 형태로 주장할 경우, 미·일 안보조약 당사국으로서 사태에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公式化)한 것이다. 일본이 가슴을 쓸어내릴 만하다.
미국이 큰맘 먹고 일본에 한턱 쓴 것도 아니고 일본이 거저 횡재(橫財)한 것도 아니다. 국제관계엔 까닭 없이 베푸는 선심(善心)도 없고, 땀 흘리지 않고 벌어들이는 불로소득(不勞所得)도 없다. 돌아보면 아베 정권 등장 이후 일본은 미국이 긁어달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미국의 가려운 등을 긁어줬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요구는 오래전에 접었고, 동북아 유사시(有事時) 미군을 지원할 수 있도록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물꼬를 트고, 북한과 중국을 가상(假想) 타깃으로 한 전역 미사일 방어체제(MD)에선 미국 다음의 2대 주주(株主)로 부담을 떠안았다. 미국만 바라보고 미국에 올인(All in)한 셈이다.
한국·미국·일본은 미국이란 공동의 동맹국을 가운데 두고 어깨동무하고 있는 사이다. 멀리하면 사돈의 사돈만도 못하고 가깝게 하면 서로 의지가 되는 '동맹국의 동맹국'이다. 미국은 지난 몇 년 동안 일본이 왼손은 미국 어깨 위에 올려놓고 자유로운 오른손으론 한국의 벨트 아래를 수시로 불법 가격(加擊)하는 장면을 훤히 보아왔다. 역사교과서·독도·전시(戰時)성노예 동원·야스쿠니 신사 전범(戰犯)참배 문제로 계절마다 메뉴도 달라졌다.
미국이 간간이 그런 일본을 만류한 건 사실이다. 정말 미국의 발언과 행동에 진심과 무게가 실렸더라면 일본이 저렇게 들은체만체 할 수 있었겠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일본이 미국의 무관심에 대한 한국 국민의 섭섭함을 일부러 부추겨 한국을 중국 쪽으로 떠밀겠다는 건가 하고 의심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가 됐다.
한국은 핵무기에서 무인(無人) 정찰기까지 위태로운 행동만 골라 하는 북한을 상대하고 있다. 그런 입장에선 중국의 북한에 대한 지렛대 역할에 무심하기 힘들다. 미국은 지금 미국에 올인하는 일본과 그럴 처지가 아닌 한국을 같은 저울에 올려놓고 무게를 달고 있는 것일까. 헤이글 국방장관과 케리 국무장관의 센카쿠열도 문제에 대한 발언에 담긴 무게의 절반만 실린 미국의 의사표명만 나왔어도 한·일 문제의 돌파구는 진작 열렸을 터이다. 한국 국민은 그런 눈길로 다가오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을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