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2024. 1. 5. 00:05
미풍에 라벤더향 흩날리는 ‘사랑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땅’
농군이 가장인 마농네 세 식구…뜨네기 신세 팍팍한 마을 인심 궂은 날 연속
위골랭 넋 빼앗은 열여덟살 마농…여름날 구름 바뀌듯 마음밭 요동치다 엇갈린 운명
프랑스 남동부 식은 바람 부는 옅은 청보랏빛 산등성 허위허위 오르는 당나귀와 세 사람
그래도 파리보다 소박한 자연·따스한 라이프 스타일 가진 우아한 프로방스 사람들이 좋았다
전쟁(제1차 세계대전)이 파페삼촌의 운명을 갈랐다. 영화 후편의 끝에 쟝이 바로 자신의 친아들임을 알게 된다. 아둔패기였음을 뒤늦게 후회하면 무엇하겠는가. 인생은 한 번 흘러간 강물에 두 번 다시 발을 담그지 못하는 것 아닌가. 그가 나관중의 ‘삼국지’를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실소를 해본다. “새는 모이를 탐하다가 그 목숨을 잃고 사람은 재물을 탐하다가 그 몸을 망친다.” 죄책감과 충격에 사로잡혀 막대한 재산을 손녀 마농에게 남긴다는 유서를 쓰고 조용히 죽음을 맞는다.
이 영화를 그림으로 그린 가장 큰 이유는 기막히게 아름다운 프로방스의 풍경 때문이었다. 영화 속의 프로방스는 예술가인 내게 ‘사랑을 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땅’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나는 오래전부터 프랑스의 대도시 파리보다 부드러운 바람과 라벤더 향기가 나는 소박한 자연, 화려하기보다는 따스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우아한 프로방스 사람들이 좋았다.
시인 예이츠는 아일랜드를 보고 “현대의 저속함에 물들지 않은 땅”이라고 노래했다. 파리가 프랑스의 심장이라면 프로방스는 프랑스인의 피(DNA)가 아닐까 싶다. 저속함에 오염되지 않은 품격이 프로방스에는 분명히 깃들어 있다.
https://v.daum.net/v/20240105000542311
[이광택의 그림 에세이 붓으로 그리는 이상향] 68.영화 ‘마농의 샘’을 보고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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