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4. 1. 3. 23:33
해돋이는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상징한다. 한데 클로드 모네는 해돋이를 묘사한 그림을 전시에 출품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제목도 ‘인상, 해돋이(1872년·사진)’였지만, 그림을 본 사람들은 경악했다. 비평가들은 혹평을 퍼부었다. 왜였을까?
모네는 이 그림을 1872년 고향 르아브르를 방문했을 때 그렸다. 해 뜰 무렵 호텔 방에서 내려다본 항구의 모습으로, 빛을 받아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풍경을 재빠른 붓놀림으로 표현했다. 그림의 초점은 노 젓는 사람이 탄 두 척의 작은 배와 바다 위로 떠오른 붉은 태양에 맞춰져 있다. 뒤에는 돛대를 단 범선들과 증기선 굴뚝들이 보이지만, 실루엣처럼 희미하게 처리돼 형태를 알아보기 쉽지 않다.
비평가 루이 르로이는 신문에 기고한 전시 리뷰에서 모네 그림을 콕 집어 비판했다. 그림이 아니라 인상을 그린 스케치에 불과하다며 “초벌 상태의 벽지도 이 바다 풍경보다는 더 완성도가 높을 것이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조롱의 의미로 ‘인상주의자들의 전시회’라고 명명했다.
모네는 이 조롱을 기꺼이 받아들여 자신들을 아예 ‘인상파’라고 불렀다. 그렇게 인상파라는 용어가 미술사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비난의 말에도 상처받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역사로 만들어버린 모네! 그의 용기와 배짱이 그림 속 붉은 태양보다 더 뜨겁게 느껴진다.
https://v.daum.net/v/20240103233307090
새로운 시작[이은화의 미술시간]〈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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