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3. 12. 27. 23:30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양귀자의 소설 ‘모순’에 나오는 문구다. 잔인한 말 같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을 보며 위로받는다. 19세기 덴마크 화가 프란츠 헤닝센은 불행에 처한 사람들을 묘사한 그림으로 유명하다.
헤닝센은 초상화, 풍경화, 장르화, 심지어 동물화에도 능했지만,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건 바로 이 그림 ‘장례식’(1883년·사진)이다. 눈 내린 추운 겨울날, 검은 옷을 입은 한 무리의 가족이 묘지로 향하고 있다. 어린 두 남매가 손을 꼭 잡고 앞장서고 엄마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노인의 부축을 받으며 뒤따르고 있다. 여자의 얼굴은 창백하리만큼 희고 몸은 임신한 상태다. 장례식의 주인공은 이 아이들의 아빠이자 여자의 남편이다. 친구나 친지도 없는지 장례식 참석자는 이들뿐이다.
주목할 점은 오른쪽 중경에 있는 두 남자다. 거리를 두고 이 가족을 지켜보고 있다. 헤닝센은 그림의 감상자들도 같은 구경꾼의 시점으로 이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대부분의 불행은 비교에서 온다. 잘난 사람과의 비교는 더 큰 불행을 낳는 법. 사람들이 이 그림에 찬사를 보낸 건, 이 가엾은 가족의 불행에서 크게 위로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화가는 주변의 불행을 살피고 행복을 깨달으라는 의미로 이 그림을 그렸는지도 모른다.
https://v.daum.net/v/20231227233009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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