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4. 1. 29. 00:28
일본은 신 같은 천황 권력도 제한
한국, 심부름꾼을 전제군주로 모셔
윤 대통령 ‘명품백 수수’ 대응 주목
지기는 대신 반성문 써준다는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이 세계의 뉴스가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주 ‘2200달러짜리 디올 손가방이 한국의 여당을 뒤흔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영국 BBC방송과 더 타임스, 텔레그래프도 이 사안을 보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국민이 걱정을 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한 뒤 여당과 대통령실 간에 불협화음이 있었다. 사과를 요구하는 민심에 윤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주목된다.
한국이 대통령제를 채택하게 된 것은 초대 국회의장 이승만의 고집 때문이었다. 1948년 5월 31일 구성된 제헌국회는 열여섯 차례의 헌법 기초위원회 회의를 갖고 6월 21일 내각제 헌법 초안을 확정했다. 당대 최고의 헌법학자인 유진오가 주도했기에 속전속결로 끝낼 수 있었다.그러나 이승만은 “대통령 임기 동안 정부가 안정된 상태에 있어야 한다”며 대통령제로 바꾸자고 했다.....김준연이 연필로 관련 조항 몇 대목을 고쳤다. 유진오는 “기형적 정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해서 다음 날 대통령제 헌법안이 본회의에 넘겨졌고, 7월 12일 통과됐다.
유진오 헌법안은 독일 바이마르 헌법을 참고했다.....하지만 핵심인 권력구조가 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급변침한 것은 민주주의 역사를 퇴행시키는 출발점이 되고 말았다. 아홉 차례의 개헌을 거친 한국 특유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됐다.....대통령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다원적 가치와 민의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전제군주를 복제하는 위험한 구조를 만들고 말았다.
일본은 현인신(現人神)인 천황의 권한을 축소시켰다. 한국은 거꾸로 심부름꾼인 공복(公僕)에게 전제군주의 지위를 부여하는 단초를 만들었다. 일본은 정교하게 설계된 입헌군주제로 근대화에 성공했다....반면에 한국 국민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고통받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전근대적인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악순환을 겪어야 하는 것일까. 정치권도, 국민도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건강한 권력구조를 만드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https://v.daum.net/v/20240129002840903
[이하경 칼럼] 제왕적 대통령제 유감
'時事論壇 > 핫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숫자빼고 다 나온 필수의료패키지…이제 의대 정원만 남았다 (3) | 2024.02.02 |
---|---|
정유라 "차범근, 조국과 관련 없다고?"…빼박 증거로 저격 (2) | 2024.01.30 |
[뉴스 즉설]'뜨는 한동훈, 지는 윤 대통령'… 2012년 박근혜 비대위 데자뷔? (1) | 2024.01.27 |
이번엔 중학생이 의원 테러...“평소 단톡방에 정치글 올려” (2) | 2024.01.26 |
尹대통령, 이르면 이달 김여사 '명품 가방' 논란 직접 설명 (2) | 2024.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