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2024. 2. 3. 00:01
손병두의 ‘IMF위기 파고를 넘어’ 〈11·끝〉 과연 대기업이 위기 주범이었나
2001년 8월 23일 한국은 빚을 모두 갚고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에서 경제 주권을 되찾게 되었다. 1997년 12월 3일 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지 3년 8개월여 만이었다. 당초 예정보다 2년 9개월이나 앞당긴 조기 졸업을 해 낸 것이다. 정부의 노력 뿐 아니라 금모으기 운동에서 보듯 4000만 국민이 하나 되어 고통을 분담한 결과였다. 한편으로는 제 살을 도려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한편으로는 악조건 속에서도 밤낮없이 공장을 돌리고 해외 시장을 뚫어 부를 창출해 낸 기업들의 공로 또한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3년 8개월 동안 IMF의 가혹한 프로그램과 우리 정부의 추가적인 조치로 개혁 대상이 된 대기업들은 엄청난 충격과 고통 속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펼쳐야 했다. 30대 그룹 중 11개 그룹이 해체되고 8개 그룹이 30대 그룹에서 탈락했다. 해체된 11개 그룹은 대우, 쌍용, 동아, 고합, 진로, 동양, 해태, 신호, 뉴코아, 거평, 새한이었다....30대 그룹 밖에서도 5개 그룹이 해체됐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이끌어 가던 기업들은 외환위기의 격랑에 밀려 흑자도산을 했다.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 하나 있다. 1997년 11월 19일 김영삼(YS) 대통령은 강경식 부총리를 경질하고 임창열 통상산업부 장관을 후임자로 임명했다. IMF 구제금융 신청 발표 이틀전이었다. 전장의 장수는 싸움 중에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데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는 중에 경제수장을 교체한 조치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강경식 부총리는 이미 16일 캉드쉬 총재를 만나 IMF의 지원을 요청한 상태였다. 협의 결과 지원 규모는 300억 달러로 하고 지원조건을 IMF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 작업을 그대로 추진하고 IMF는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같은 합의 사항을 미국 재무장관과 일본 대장성에 알리고 19일 기자회견을 하는 것으로 일이 진행됐다.
그런데 19일 돌연 경제부총리가 교체되었다. 신임 임창열 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IMF 지원 요청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IMF는 당황했을 것이다. 이틀 뒤인 21일 사태를 파악한 임 부총리는 IMF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때부터 IMF의 주도 하에 지원협의가 진행되면서 모든 결정권이 IMF와 미국 재무부로 넘어갔다.....만일 그 전에 강경식 부총리가 캉드쉬 총재와 사전 협의한대로 구제금융자금을 받되 한국 정부 주도 하에 경제 운용을 해 간다는 약속을 지켰더라면 우리 경제가 연착륙을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렇더라면 결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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