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사진의 기억] 들리나요, 어린 누이의 귓속말

바람아님 2024. 2. 17. 00:47

중앙SUNDAY 2024. 2. 17. 00:04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어린 동생이 울며 투정을 부리자, 누이가 무어라 말하며 어깨를 토닥인다. 누이라고는 하지만, 세상의 언어들을 얼마나 익혔을까 싶은 어린아이다. 그래도 누이는, 그 빈약한 언어 속에 동생을 달랠 수 있는 말 몇 마디를 품고 있었던가 보다. 엿들을 수 없는 누이의 말을, 사진이 들려준다.

사진과 한두 줄의 짧은 글이 함께하는 조병준의 아포리즘 사진 ‘길 위의 시(詩)’.

“긴 산문으로도 끝내 다 쓸 수 없는 이야기를 한 줄의 시로 할 수 있듯이, 백 쪽의 글로도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을 한 컷의 사진이 설명해 낼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서 때로 사진과 시는 등가다.”

조병준은 ‘시인’이다. 그러나 그를 시인이라고만 하기엔 수식이 부족하다. 타고난 떠돌이처럼 오랜 시간 세상을 떠돌며 글 쓰고 떠나고 만나는 삶을 충실히 살아 온 그에게, 시인은 그저 한 가지 수식일 뿐이다.

30년 동안 12차례나 인도 콜카타 마더 테레사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이어온 ‘자원봉사자’이기도 하다. 여러 권의 에세이집을 내어 ‘에세이스트’로도 사랑받아 왔으며, 2007년에는 여정 속에 만난 사람과 풍경을 주제로 첫 번째 사진전 ‘따뜻한 슬픔’을 선보이면서 ‘사진가’라는 수식까지 덧대었다.

‘길 위의 시’는 그의 두 번째 사진 시리즈다......사진 속의 길도 사람도 이국적이지만, 그 이국적인 풍경들 속에 담긴 이야기는 오래전에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우리들의 서정이기에 낯익다. 그 낯익음이, 사진 속 어린 누이의 귓속말처럼 우리를 위무한다.


https://v.daum.net/v/20240217000432409
[사진의 기억] 들리나요, 어린 누이의 귓속말

 

[사진의 기억] 들리나요, 어린 누이의 귓속말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어린 동생이 울며 투정을 부리자, 누이가 무어라 말하며 어깨를 토닥인다. 누이라고는 하지만, 세상의 언어들을 얼마나 익혔을까 싶은 어린아이다. 그래도 누이는, 그 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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