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2024. 3. 30. 00:11
[작품편 98. 일리야 레핀]
<동행하는 작품>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이반 4세와 그의 아들
신병 배웅
그날은 기분 좋은 휴일이었다.
소파에 등을 기댄 노인은 조용히 콧노래를 불렀다. 피아노에 손을 올린 여인은 그 음에 맞춰 동요부터 민요, 유행가까지 막힘없이 연주했다. 아이들은 발끝에 닿는 햇빛을 문지르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카메라가 있다면 그대로 찰칵 찍은 뒤 액자에 모셔두고 싶은 순간이었다. 부엌에선 앞치마를 두른 하녀가 경쾌하게 도마를 두드렸다. 이어 고소한 냄새가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음식이 다 된 모양이었다. 이들은 식사 후 나들이를 갈 생각이었다.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따뜻한 홍차를 마실 요량이었다.
"사모님, 지금…." 시작은 하녀의 조심스러운 노크였다. "식사 준비가 끝났어요? 애들이랑 같이 나갈게요." "그게 아니고요. 한 남자가 찾아왔는데요." 이날 오기로 한 사람이 있었는가...."네가 어떻게…."
초라한 남성을 본 노인의 말이었다. "여보…." 여인의 입에서 나온 단어였다. "내가, 왔어."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던 사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어 수차례 마른 기침을 했다. 사내는 벌떡 선 채 굳어버린 노인의 자식이었다. 피아노 앞에서 그대로 얼어버린 여인의 남편이었다.
그러니까, 아무도 사내가 집에 돌아오는 걸 기다리지 않았다는 것. 러시아 화가 일리야 레핀(Ilya Repin·1844~1930)이 그린 이 그림은 제목조차 의미심장했다. 이 가족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작품의 바탕이 되는 사회상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가 살아 돌아왔다
https://v.daum.net/v/20240330001142055
“저 사람이 내 아빠예요?” 도끼눈 뜬 막내딸…‘이 가족’ 가슴 아픈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일리야 레핀 편]
'文學,藝術 > 아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 버리고 29살 연하와 밀애…1000억 훌쩍 ‘전성기 작품’ 수두룩 [0.1초 그 사이] (3) | 2024.04.07 |
---|---|
“여보, 이제 그만좀” 5살 연하 아내 졸졸 따라다닌 방구석男, 무슨 생각인가 했더니[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빌헬름 하메르스회 편] (2) | 2024.04.06 |
[미술 다시보기] 불안한 여인의 초상 (2) | 2024.03.28 |
‘망작’이라더니 1초에 1억씩 뛰었다…당신이 모를 수 있는 비밀이 [0.1초 그 사이] (2) | 2024.03.24 |
“아! 앞이 안 보인다” 인기 거장의 위기…수술도 차일피일 미룬 이유[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클로드 모네 편] (2) | 2024.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