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2024. 4. 6. 00:12
[작품편 99. 빌헬름 하메르스회]
<동행하는 작품>
휴식
책상 앞에 있는 여인
이젤이 있는 인테리어
그녀는 겨우 마음먹은 대청소를 끝낸 걸까.
간만에 텃밭 한 바퀴를 돌며 잡초를 뽑고 들어온 것일까. 그게 아니면, 종종 참석해야 하는 모임에서 힘을 다 빼고 돌아온 것일까. 그녀를 지치게 한 게 뭐였든, 당장은 해방의 순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속 편히 머리카락을 묶어 올렸다. 옷 또한 평소 쉴 때나 입던 투박한 블라우스와 치마로 갈아입었다. 그런 다음 손에 잡히는 의자에 몸을 맡겼다. 상체를 등받이에 바짝 기댄 채, 이것만으로는 아쉬워 오른팔을 그 모서리에 살짝 얹었다.
"이제 좀 살겠어…."
그녀의 혼잣말이 들리는 듯하다. 그간 할 만큼 했으니, 이 순간만큼은 멍하게 있겠다는 생각일 게 분명하다. 은은하게 퍼지는 빛이 공간에 고요함을 더한다. 부드러운 질감의 벽지가 공기를 더욱 아늑하게 한다. 꽃 모양의 접시 또한 소박한 분위기를 이끄는 데 일조하는 모습이다.
캔버스에 닿는 붓 소리, 또르르 흘러가는 물감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남편도, 아내도 각자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둘 모두에게 현재 이 순간은 아주 익숙한 일상의 조각인 듯했다....이날 빌헬름 하메르스회(Vilhelm Hammershoi·1864~1916)는 아내 이다의 모습이 담긴 〈휴식〉을 그렸다....그런데, 보다보면 이 그림에는 다른 화가들의 작품에선 쉽게 찾을 수 없는 특별한 힘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것은 압도적인 몰입감이다.
하메르스회의 그림은 한 세기가 흐른 200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연 전시로 되살아날 수 있었다. 그의 담담한 그림은 21세기를 사는 많은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바쁜 삶 속 잊고 있던 내 방안 휴식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도록 이끌었다.
https://v.daum.net/v/20240406001204546
“여보, 이제 그만좀” 5살 연하 아내 졸졸 따라다닌 방구석男, 무슨 생각인가 했더니[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빌헬름 하메르스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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