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2024. 4. 20. 00:11
[작품편 101. 폴 세잔]
<동행하는 작품>
천 위에 올려진 사과
살인
사과와 오렌지
"에밀 졸라, 이 나쁜 자식!"
폴 세잔이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의 목소리는 좁은 작업실에서 메아리처럼 울렸다. 세잔은 손에 든 책을 구길 듯 꽉 쥐었다. 그것은 그의 단짝이자 잘나가는 작가, 에밀 졸라가 쓴 소설 〈작품(The Masterpiece)〉이었다. 세잔도 처음에는 졸라가 보낸 이 책을 반갑게 펼쳤다. 그런데, 종이를 넘길수록 기분이 묘해졌다. 책 속 주인공은 가상 인물 클로드 랑티에였다. 나름 안목과 확고한 철학이 있지만, 세상의 인정을 좀처럼 받지 못하는 비운의 화가였다. 랑티에는 그림을 그릴수록 놀림만 받기 일쑤였다. 야심차게 전시회에 나섰지만, 이 또한 결과적으로 조롱만 실컷 들었다. 그는 쫓겨나듯 도시에서 시골로 집까지 옮겨야 했다. 이 이야기는, 평생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그가 극단 선택을 하는 것으로 끝맺었다.
…이거 완전히 내 얘기잖아?
세잔은 글을 읽는 내내 이 생각을 했다. "별 볼 일 없는 사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람, 소외당하는 사람, 이 얼마나 우울하고 처량한 광경인가." 이 문장을 읽을 때는 거듭 심호흡을 해야 했다. 실제로 세잔과 랑티에의 삶은 거의 비슷했다. 세잔도 아직 비난만 받는 화가였다. 살롱전에 밥 먹듯 낙방했고, 겨우 참여한 전시회에서도 욕이란 욕만 다 먹었다.
세잔은 얼마간 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게 살았다.
세잔이 이렇게까지 절망에 빠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세잔은 졸라만은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세상 모두가 그를 실패자로 칭하며 등을 돌린들, 졸라만은 늘 옆에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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