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사진의 기억] 소달구지와 아이들

바람아님 2024. 5. 4. 01:40

중앙SUNDAY  2024. 5. 4. 00:06

아이들을 가득 태운 소달구지가 보리밭 옆을 지나고 있다. 꼬박 걸어서 집에 가야 할 판인데 옆집 아저씨의 소달구지를 만났으니 운수대통한 날이다. 울퉁불퉁한 길이라 달구지가 삐거덕거리고 덜컹대도 횡재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종종 길에서 소달구지를 만나면 아이들에겐 행운이지만 그러지 않아도 짐이 무거운 소에게는 피하고 싶은 불운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가 드물던 시절, 설사 자동차가 있다고 해도 자동차도로가 없으니 무용지물이던 그 시절 시골길에는 소달구지가 요긴한 이동 수단이었다.

산자락을 몇 개쯤 돌아야 마을에 도착하려나. 오른쪽에 외딴 초가집 두 채는 아직 더 깊이 들어가야 동네가 나올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보리밭에선 보리가 파랗게 물결치고 길가의 나무와 산등성이 모두 초록으로 물들어 짙어가는데 소의 고삐를 길게 늘여 잡고 앞장선 농부의 아내와 그 뒤를 소걸음으로 따라가는 농부와 아이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박제된 고향 풍경이다. 다시 오월이지만 또다시 볼 수도, 그때로 돌아갈 수도 없는 추억이다.


https://v.daum.net/v/20240504000625845
[사진의 기억] 소달구지와 아이들

 

[사진의 기억] 소달구지와 아이들

아이들을 가득 태운 소달구지가 보리밭 옆을 지나고 있다. 꼬박 걸어서 집에 가야 할 판인데 옆집 아저씨의 소달구지를 만났으니 운수대통한 날이다. 울퉁불퉁한 길이라 달구지가 삐거덕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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