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4. 5. 24. 00:27
미·중 경쟁 등으로 국제 정세 요동
이재명 대표, 글로벌 안목 키워야
미국·일본·대만 격변 현장 가보길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외교·안보 분야에서 경험한 비화와 소회를 담은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출간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후폭풍이 거세다. 김정은의 말뿐인 비핵화 약속을 진심인양 철석같이 믿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순진무구한 속내를 책으로 확인하고 아연실색한 국민이 한둘이 아닐 듯하다.
회고록을 내는 바람에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외유 의혹이 증폭하고 있다. 문답 형식으로 구성된 회고록에서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발탁한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이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을 굳이 질문에 넣고 문 전 대통령이 상세히 답변한 의도가 궁금하다. 행간을 읽어 보면 아마도 서로 조율한 문답을 통해 윤석열 정부와 김건희 여사를 에둘러 비판하려는 계산이 엿보인다. 하지만 그런 의도는 빗나간 듯하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김 여사의 인도행을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로 나름 포장했다. 그러나 이는 4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단독 외유'이자 '혈세 낭비 단독 관광'이라는 여당의 공격을 초래했다.
불나방처럼 여의도 주변만 맴도는 '내수형 정치인'들에게 가능하면 많이 해외로 나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주목한다. 22대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재선 의원이 된 이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여의도 대통령'이란 말이 회자할까.
그가 정치적 영향력을 특정 이념과 당리당략을 넘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로운 방향으로 쓰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처럼 여의도라는 우물 안에 갇혀 있으면 곤란하다. 미·중 전략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미국 대선 동향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살피고 글로벌 안목을 키워야 한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는 당분간 법정 출석에 집중해야 할 테니 해외를 둘러볼 시간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당사자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지만, 설마 눈치 없는 검찰이 '용산 대통령'도 이제는 무시 못 한다는 '여의도 대통령'을 출국 금지했을까.
https://v.daum.net/v/20240524002745769
[장세정의 시선]'여의도 대통령'님, 나라 밖도 좀 둘러보시죠
'時事論壇 > 橫設竪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레지 않는 22대 국회 [기자수첩] (2) | 2024.05.29 |
---|---|
[사설] 여야가 뒤바뀐 듯한 풍경 (1) | 2024.05.28 |
[사설] 문 전 대통령 부인 외유를 英 여왕 국빈 방문에 빗대다니 (1) | 2024.05.23 |
[태평로] 중국·러시아 눈치 보는 ‘글로벌 중추 국가’ (1) | 2024.05.22 |
[황정미칼럼] 대통령의 ‘비정한 정치’ (1) | 2024.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