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4. 6. 3. 00:19
한동안 “한·미는 동맹, 한·중은 동반자”란 말이 유행했다. 한데 최근 상황을 보면 동맹은 굳건한데 동반자란 말은 잘 쓰이지 않는다. 얼마 전 한·일·중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 간 회담을 봐도 그렇다. 리창이 한 차례 동반자를 언급했을 뿐 윤 대통령 발언에선 그 표현을 찾기 어렵다. 한·중 관계의 상징과도 같았던 동반자 단어가 이젠 역사의 유물로 사라진 걸까?
동반자는 중국어로 한솥밥을 먹는 식구 훠반(?伴)을 가리킨다. 이 동반자가 중국 외교에 본격 활용되기 시작한 건 냉전이 해체된 이후다. 중국은 1996년 새로운 안보관을 채택했는데 그 핵심은 동맹을 냉전 시기의 낡은 개념이라 치부하고 대신 세계 각국과 동반자 관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중국에 따르면 동반자 관계엔 크게 세 가지 뜻이 있다.
첫 번째는 국제무대에서 국가 간 갈등을 덮어두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 이와 관련 잘 알려진 성어가 구동존이(求同存異)다. 두 번째는 상대방을 적대시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가상의 적을 설정하는 동맹과 큰 차이가 있다. 동맹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데 반해 동반자는 선언에 가깝다. 중국은 이에 따라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1998년 김대중 대통령 방중 때 양국은 처음으로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현 정부는 상호존중과 호혜, 공동이익이라는 말로 대신한다. 중국은 이런 한국의 언사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동반자 관계를 버린 건 아니지만, 말은 하지 않는다. 참으로 애매하다. 이게 바로 한·중 관계의 현주소다.
https://v.daum.net/v/20240603001956835
[중국읽기] 참으로 애매한 한중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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